더 이상의 반란은 없었다. 이변으로 점철된 조별리그를 마치고 돌입한 2라운드 첫날인 15일 독일과 잉글랜드가 예상대로 각각 파라과이와 덴마크를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다만 일방적인 우세로 점쳐지던 독일은 파라과이에 고전했고 제법 팽팽할 것이라던 잉글랜드와 덴마크 경기는 잉글랜드의 압승으로 끝났다. '죽음의 조' F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잉글랜드는 니가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스피드와 골결정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덴마크를 3-0으로 격파했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12년만에 8강 자리를 되찾은 잉글랜드는 브라질-벨기에 승자와 오는 21일 시즈오카에서 4강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고작 2골에 그쳤던 잉글랜드는 마이클 오언과 에밀 헤스키등 투톱의 득점력이 살아나며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더구나 베컴은 날카로운 패스와 강력한 프리킥 등을 선보이며 정상 컨디션을 완벽하게 회복했음을 알렸다. 잉글랜드는 전반 5분 베컴의 코너킥을 리오 퍼디낸드가 머리로 받아 넣어 선제골을 뽑은 뒤 전반22분 오언의 터닝슛으로 추가골을 잡아내고 전반 종료 직전 헤스키의 쐐기골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유럽 3개 리그 득점왕이 버틴 프랑스의 파상공세를 거뜬히 막아냈던 덴마크의 수비진은 잉글랜드의 빠른 공격에 무너졌고 1라운드에서 4골을 잡아냈던 욘 달 토마손은 득점왕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에 앞서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 격돌한 독일은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터진 올리버 노이빌레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간신히 16강전 문턱을통과했다. 82년 스페인대회부터 6차례 대회 연속 8강에 오른 독일은 멕시코-미국 승자와 2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4강행 티켓을 놓고 일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1골을 몰아넣었던 독일은 파라과이의 끈끈한 수비에 막혀시종 맥빠진 플레이를 펼쳤으나 후반 42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베른트 슈나이더가문전으로 낮고 빠르게 찔러주자 노이빌레가 오른발로 논스톱 슛, 결승골을 뽑았다.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올라 다시 한번 이변을 꿈꾸던 파라과이의 탈락으로 '골넣는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의 기행은 더이상 월드컵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서귀포.니가타=연합뉴스)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