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등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들이 탈락한 가운데 16강에 오른 나라 중 독일은 그래도 우승권에 가장 근접한 국가로 꼽혔다. 그러나 15일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나타난 독일의 모습은 비록 이기긴 했지만 우승후보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빠른 좌우 측면 돌파에 이은 중앙 센터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대파했던 독일 축구 특유의 위력은 이날 경기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상대 수비수들이 밀집한 중앙 돌파만을 고수하며 답답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B조 2위로 16강에 오른 파라과이도 지면 탈락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적극적인 공격 축구보다는 비기기 작전을 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경기 시작 후 30여분간이나 결정적인 찬스 한 번 만들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만 거듭되던 이날 경기에서 찬스는 먼저 파라과이에 찾아왔다. 전반 35분 독일 진영 패널티에어리어 왼편에서 문전으로 살짝 띄어준 볼을 기다리고 있던 셀소 아얄라가 노마크 찬스에서 오른발 발리슛을 날렸다. 그러나 빗맞은 공은 골대 오른편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2분 뒤에는 스트라이커 로케 산타크루스를 대신해 투입된 호르헤 캄포스가 문전 왼쪽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독일의 GK 올리버 칸의 선방에 막혔다. 파라과이는 후반 들어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까지 공격에 투입시키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견고한 독일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후반 28분 칠라베르트는 상대 파울로 얻은 프리킥으로 직접 슛까지 날렸지만 공은 골대 위를 살짝 비켜갔다. 독일은 후반 43분 슈나이더의 오른쪽 센터링을 받은 노이빌레가 오른발 슛을 성공시키며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하는 데 성공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