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역사적인 월드컵 16강 진출 꿈을 이루자 이역만리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은 벅차오르는 감격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교민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각 가정과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가게 등에서 한국.포르투갈전을 시청했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한국의 16강전 진출 전망과 월드컵 화제로 얘기 꽃을 피우며 "공동 개최국인 일본이 조 1위로 16강에 나가는데 우리가 떨어져서야 체면이 서겠느냐"며 꼭 이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식당 등에서 함께 경기를 시청하던 교민들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국과 포르투갈이 16강 진출의 사활을 건 경기답게 팽팽한 접전을 벌이자 긴장과 조바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5분께 방송을 중계하던 TF1 TV가 예고없이 순간적으로 폴란드가 미국에 2골을 넣는 미국.폴란드전 장면을 보여주자 한국의 16강행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알아차리고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TF1 방송은 한.포르투갈전을 생중계하면서도 두 나라의 16강전 진출 여부가 미.폴란드전의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 폴란드의 2골 선취 장면을 순간적이나마 한.포르투갈전과 동시해 방영했던 것. 경기초반에 2골을 허용함으로써 미국이 폴란드를 이길 가망성이 크지 않고, 이에 따라 한국의 16강 진출이 거의 확정됐다고 판단한 교민들은 경기 내내 안도감속에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었다. 파리 시내 한국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이 프랑스에 많이 알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16강 진출은 모든 유럽인들의 뇌리에 한국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교민 이모씨는 "프랑스가 이번 대회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뒀더라면 한국의 16강진출은 프랑스인들로부터 큰 축하를 받고 한일 월드컵도 이곳 프랑스에서 더욱 빛났을 것"이라며 "한국이 16강전에 진출한 이때 프랑스에서 축구 열기가 많이 식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