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부터 진짜 실력을 보여주겠다."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축구 강국이지만 월드컵 1회전에서 고전해 힘겹게 16강에 오르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들이 결승 토너먼트를 벼르고 있다. 1회전에 약한 징크스를 벗었고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며 약점을 발견, 보완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의 전력도 파악해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인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1회전 부진 징크스에 시달려 힘겹게 16강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에콰도르를 2-0으로 눌러 1회전 부진 징크스에서 탈출하는 듯 했지만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 1-2로 역전패하고 16강의 운명이 걸린 멕시코와의 3차전에서도 전반까지 0-1로 뒤져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반에 동점골을 뽑아 힘겹게 1-1로 비겼고 월드컵 3회 우승국의 체면을 간신히 세우며 조2위로 16강에 올라 4번째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세리에A를 7번이나 제패한 `우승 제조기'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이 오는 18일 대전에서 벌어질 D조 1위와의 16강전 이전까지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 3무를 기록했던 82년 스페인대회에서 우승했고 1승1무1패로 2회전에 진출했던 94년 미국대회에서 준우승한 경력이 있어 1회전 부진이 오히려 길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11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잉글랜드도 앞선 10차례의 대회에서 첫 경기를 이긴 경우가 단 4번 밖에 없을 정도로 초반에 부진하다. `죽음의 F조'에 편성된 이번 대회 첫경기에서도 '숙적' 스웨덴을 만나 선취골을 뽑고도 동점골을 허용, 불안한 출발을 한 끝에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조2위로 16강 티켓을 얻었다. 데이비드 베컴과 마이클 오언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제외하면 다른 공격루트가 별로 없다는게 약점이지만 힘과 조직력이 뒷받침되면 결승 진출도 노릴 수 있다. 잉글랜드도 조별리그를 통과한 7번의 대회중 98년 프랑스대회 한번을 제외하고는 최소한 8강까지 올라 1회전의 문턱만 넘으면 좋은 성적을 냈다. 한편 50년 브라질대회에서 미국을 3-1로 꺾은 이후 본선 첫 경기에서 3무6패를 기록하며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던 스페인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를 3-1로 꺾고 3전 전승으로 16강에 안착, 초반 부진 징크스에서 확실하게 탈출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