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에서 동유럽 축구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슬로베니아에 이어 13일 `98프랑스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던 크로아티아마저에콰도르에 져 16강이 좌절되면서 동구 유럽 국가들이 이번 대회 들어 사실상 전멸해버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동유럽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역시 탈락이 우려되는 상황. 한때 서구 유럽과 대등한 실력을 지녔던 동유럽 축구였지만 공산권이 붕괴되면서 서서히 몰락의 징후가 느껴지더니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유고슬라비아,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보스니아 등이 모두 유럽 예선에서 탈락했다. 특히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나란히 본선에 오르긴 했지만 이처럼 기대 밖의 참담한 성적을 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슬로베니아는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참담하게 무너졌다. 그래도 강호로 여겼던 크로아티아는 첫 경기에서 이길 것으로 봤던 멕시코에 일격을 당해 불길한 징조를 보였다. 이후 이탈리아를 꺾고 저력을 발휘하는가 했던 크로아티아였지만 세대 교체 실패의 멍에를 벗지 못한 채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에콰도르에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같은 동유럽 축구의 몰락은 비슷한 스타일의 북유럽 축구가 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뛰어난 체격조건에서 나오는 힘과 스피드를 무기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동유럽 국가들은 갈수록 그같은 장점을 잃고 있다는 게 이번 월드컵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