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6강에 진출한 것만큼 기쁘다." 13일 터키가 극적으로 월드컵 16강진출에 성공한 직후 김영기 주터키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터키 관계가 이제야 정상을 되찾을 수있게 됐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김 대사의 가슴앓이는 지난 3일 울산에서 벌어진 브라질-터키전에서 한국의 김영주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으로 터키가 들끓으면서 시작됐다. `가혹한' 심판의 판정에 대해 터키국민은 "너무나 억울하다"면서 분노했다. 축구에 대한 광적인 열정을 갖고 있는 터키 국민은 자연스럽게 심판에 대한 분노를 국민감정으로 변화시켰다. 김 대사는 "페널티킥 판정이후 터키내에서는 반한감정이 조성돼 무척 긴장했었다"며 "스포츠 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터키국민들이느끼는 엄청난 실망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터키의 주요 방송들은 문제의 판정 장면을 거듭해 틀어대며 터키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그럴수록 한국을 바라보는 터키 국민의 마음을 얼어붙었다. 김 대사는 특히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이역만리 먼 길을 찾아와 피를 흘린 맹방이어서인지 한국에 대한 허탈함이 더했다"면서 "자칫 좋지 않는 상황으로 비화될뻔했던 사태가 터키의 16강 진출로 봄눈 녹듯 모두 해소됐다"고 기뻐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관문인 터키는 인구 6천500만의 대국으로 한국에게는 `한국전쟁 참전국'이라는 과거의 인연 뿐 아니라 경제시장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땅.그러기에 터키국민의 반한감정은 잘못하면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과 터키는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진행됐다. 재향군인회는 조직적인 응원을 준비했고, 대대적인 터키 서포터스를 구성해 경기장에서 양국의 우대감을 확인하려했다. 그러나 한순간의 판정시비로 모든 것이 허사가 될 뻔했다. 하지만 한국 관중들의 열렬한 터키 응원과 한국군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터키 지원활동이 현지에 소개되면서 "한국은 역시 우방"이라는 감정이 되살아났다고김 대사는 덧붙였다. 김 대사는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월드컵을 계기로 한-터키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기대한다"며 말을 맺었다. (서울=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