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마법사'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이 더이상 효험이 없는 마법지팡이를 놓고 쓸쓸히 무대뒤로 사라졌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중국과의 계약이 끝났다"면서 당분간 축구와는 거리를 두면서 쉬고 싶다고말했다. 그는 중국감독 생활이 "아주 좋은 경험이었으며 사람들이 매우 친절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지난 86년부터 98년까지 4차례 월드컵대회에서 멕시코(86년), 코스타리카(90년), 미국(94년), 나이지리아(98년) 등의 대표팀 지휘봉을 차례로 잡아 모두 16강에 진출시켰던 신화적인 존재. 그러나 그의 16강 신화는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단 한골도 얻지 못하고 9골을 내주는 극심한 부진속에 3전패로 탈락함에 따라 5번째 나라에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더욱이 그는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삼았던 "1골, 1승점, 1승"이라는 3가지 목표중 단 한가지도 달성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유고 세르비아 출신인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이전까지 약체로 분류됐던 코스타리카와 미국이 16강에 진출시키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9년 1월 중국 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에도 탁월한 용병술과 강력한 카리스마로 중국을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짜임새있는 팀으로 변모시켰으며 결국 중국은 중동의 강호들을 따돌리고 44년 숙원인 월드컵 본선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로써 밀루티노비치는 5회 연속, 각기 다른 나라의 감독으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으나 중국의 젊은 선수들에게 선진축구의 높은 벽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데는 실패했다. 그는 지난 77년 UNAM푸마스(멕시코)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질을 발휘했고 83년 멕시코로 귀화해 멕시코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었다. 그는 특히 선수들의 심리파악에 능해 '그라운드의 심리학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축구계의 '풍운아' 밀루티노비치 감독이 다음에는 어느 나라에서 어떤 마법 지팡이를 들고 나타나 세계 축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인지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