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전월드컵 경기장. 한국의 16강행을 좌우할 수도 있는 운명의 한판이 열린다. D조 예선 마지막 경기 미국-폴란드전. 비기기만 해도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되는 미국의 견고한 수성과 '1승을 귀국 선물로 챙기겠다'는 폴란드의 비장한 결의가 불꽃을 튀긴다. 양팀에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지만 오히려 관심은 한국 축구팬들의 몫. 이미 예선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가 뒷심을 발휘,미국을 대파해 준다면 한국이 포르투갈에 지더라도 16강행 희망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한국팀에 '안전 장치'를 선물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D조를 죽음의 조로 뒤바꿔버린 '인디언 전사' 미국의 상승세는 하늘을 찌르는 반면 폴란드는 2연패로 16강행 꿈을 이미 접은 상태라는 점에서 쉽지는 않다. 미국은 한국처럼 강력한 압박과 빠른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팀인데다 조직력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부상에 시달리던 플레이메이커 클라우디오 레이나와 스트라이커 클린트 매시스가 한국전에서 펄펄 날았고 허벅지를 다쳐 결장했던 어니 스튜어트도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감독의 출격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리나 감독도 "비기는 것은 상상하지 않는다.목표는 오직 16강이므로 폴란드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등 정신 무장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러나 16년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3전 전패의 성적표를 들고 귀국한다는 것은 폴란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예지 엥겔 감독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경기를 선보이겠다. 미국전만큼은 명예롭게 마무리하겠다"며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못박았다. 지난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와 파베우 크리샤워비치,마치에이 주라프스키 등 삼각편대도 마지막 골사냥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또 포르투갈에 4골을 내주는 등 두 경기에서 6골이나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긴 예지 두데크 골키퍼도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