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축배냐(일본),막판 뒤집기냐(튀니지).' 1승1무로 H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이 14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월드컵 출전 사상 첫 16강 진출의 기념비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 비기거나 1골차로 져도 조 2위로 16강에 오르는 경기인데다 상대가 1무1패로 꼴찌인 튀니지라서 16강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히려 반드시 튀니지를 꺾고 조 1위로 진출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조 1위로 올라야 C조 2위와 맞붙는 16강에서도 승산이 있고 내친 김에 8강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조 2위가 되면 16강전 상대는 C조 1위로 사실상 확정된 우승후보 브라질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필리프 트루시에 일본팀 감독은 튀니지전에서 베스트 라인업을 풀가동할 방침이다. 왼쪽 무릎 통증으로 빠졌던 센터백 모리오카가 다시 나서고 골키퍼 가와구치가 처음 골문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플레이메이커 나카타 대신 이나모토가 공격의 물꼬를 트는 작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스즈키와 야나기사와의 투톱 쌍포도 오랜 침묵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독수리' 튀니지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상승세를 발판삼아 일본을 2골차 이상으로 꺾고 16강에 올라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튀니지의 자신감은 러시아전 완패의 충격을 딛고 H조 최강으로 꼽히는 벨기에와 대등한 경기를 한 데 있다. 벨기에전에서 튀니지는 원톱 자지리의 빠른 발과 드리블을 앞세운 중앙 돌파로 부제뉴의 프리킥 동점골을 만들어내는 등 공수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과시하며 유럽의 '붉은 악마' 벨기에를 흔들어 놓았다. 자지리가 문전을 휘젓고 멜키와 셀리미의 좌우 날개가 살아난다면 아프리카 예선 10경기에서 28골을 터뜨린 공격력이 뒤늦게 폭발할 수 있다. 자지리는 "우리는 러시아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며 "일본의 들러리가 될 생각은 없다"고 경고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