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한국축구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평소 "특정한 플레이메이커는 두지 않겠다"는 신념을 고수해 왔다. 지네딘 지단(프랑스)이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같은 톱 클라스의 선수가 없는 한국축구의 현실에서 공격을 전담하는 전통적인 플레이메이커를 기용하다가는 자칫수비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그동안 히딩크 감독은 간혹 3-4-1-2 포메이션을 실험하면서 윤정환을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3-4-3 또는 4-3-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 축구를 구사해 왔다. 16강행을 결정짓는 14일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D조 마지막 경기에서도 히딩크 감독은 4-3-3 또는 4-5-1 포메이션으로 미드필드에서 상대의 날카로운 패싱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울레타, 피구, 세르지우 콘세이상 등 막강한 공격수들에게 첫 골을 내준다면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후반에 들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수 밖에 없다. 0-1로 지든 0-2로 지든 16강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 된다면 사용 가능한 모든 카드를 내보여야 한다. 이 때 히딩크가 꺼내 들 히든카드로는 역시 한국선수 중에 가장 날카로운 패싱력을 보유한 윤정환일 수 밖에 없다. 월드컵 본선을 치르면서 한번도 그라운드에 나서 본 적이 없는 윤정환은 지난달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스트라이커로나선 안정환과 찰떡 궁합을 이루며 1골 1어시스를 기록했다. 포르투갈전에서 윤정환의 선발 출전은 어렵지만 팀이 패배의 위기에 몰렸을 때 공격의 물꼬를 좌우, 또는 중앙으로 자유자재로 바꾸는 패싱력을 보여준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선수 기용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몫. 히딩크 감독이 중요한 순간에 어떤 선수를 기용해 경기의 흐름을 바꿀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