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그치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가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세계 축구계에서 약팀으로 분류되는 중하위 팀들이 선전하면서 이번 대회가 강호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2일 미야기에서 벌어진 F조 리그 최종전에서 힘과 높이를 앞세운 견고한 스웨덴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고전하다 1-1로 간신히 비기면서 승점 4로 스웨덴.잉글랜드(이상 승점 5, 다득점에서 스웨덴이 앞서 조1위)에 이어 조 3위에 머물러 탈락했다. 전대회까지 13차례 본선에 오른 아르헨티나가 1라운드에서 떨어진 것은 34년, 58년, 62년 3차례 뿐이었다. 따라서 이번 탈락은 4번째이며 62년 대회이후 30년만이다. 더구나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인 프랑스와 공동2위인 아르헨티나에 이은 우승후보들의 탈락 쇼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전도가 불안하다. G조에 속한 이탈리아는 에콰도르를 2-0으로 꺾어 순조로운 출발을 했으나 크로아티아에게 1-2로 패해 승점 3에 머물러 있다. 승점 3으로 동률인 크로아티아에 다득점에서 앞서 2위를 달리고 있으나 조1위를 노리는 멕시코(승점 6)와 대결해야 하는 반면 크로아티아는 이미 탈락이 확정된 에콰도르와 경기한다. 따라서 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는 13일 멕시코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나 2연승으로 '휘파람'을 불고 있는 멕시코가 순순히 이탈리아의 앞길을 열어주지는 않을 태세다. 멕시코도 조 1위로 16강전에 올라야 한국이 속한 D조 2위와 붙어 8강 고지를 넘볼 수 있기 때문에 사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 또 다른 우승후보인 D조의 포르투갈 역시 벼랑에 몰려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미국에 2-3으로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포르투갈은 2차전에서 폴란드를 4-0으로 대파해 승점 3을 챙겨 한국.미국(승점 4)에 이어 조 3위. 포르투갈은 14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겨야 하지만 한국이 월드컵 공동개최국이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된 `붉은 악마'의 성원을 업고 있는데다 사상 첫 월드컵 1승으로 기세가 오른 한국이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예상치 못했던 패배를 안으면서 조급해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리그 최종전에서 총력을 쏟고도 무너진 것에서 보듯 공은 둥글고 객관적 실력이 반드시 승부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우승후보로 꼽았던 나라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브라질, 포르투갈, 잉글랜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재앙을 피하지 못한채 탈락한 가운데 이탈리아, 포르투갈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바람앞에 있는 등불의 처지이고 브라질만이 유일하게 순항하고 있을 뿐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