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축구의 주가가 뛰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에서 사상 첫 승을 거두고 그것도 모자라 조 1위로 16강진출이 거의 확정되면서 유럽에 기반을 둔 에이전트들이 속속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닛칸스포츠는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 나카타 고지(가시마)가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 헤르타 베를린의 `러브 콜'을 받고 접촉 중이라고 12일 보도했다.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일본선수들에 대한 유럽의 입질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나카타 고지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그가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소속 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나카타 고지는 `트루시에축구'의 상징인 플랫스리(flat3)의 왼쪽 방어망으로, 2000년 2월 멕시코전을 시작으로 A매치에 29차례 출전했다. 체력과 위치선정이 좋고 롱패스가 뛰어나 9일 러시아전에서도 왼쪽 돌파에 이은 자로 잰 듯한 대각선 패스로 이나모토 준이치(아스날)의 선제 결승골을 엮어냈다. 최근 열도를 들끓게 한 이나모토의 방출소동에서도 일본축구에 대한 유럽의 달라진 시각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10일 아스날이 이나모토와의 재계약 철회를 공시하자, 한때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이 뛴 네덜란드리그 PSV 에인트호벤과 안정환이 몸담고 있는 페루자와 키에보, 아탈란타(이상 이탈리아) 등 내로라하는 명문 클럽들의 협상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벨기에와 러시아전에서 연속골을 작렬, 일본의 새로운 영웅이 된 이나모토는 이에 대해 "PSV로 갈 생각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몸값이 월드스타 수준으로 폭등해스페인 1부리그(프리메라 리가) 등 빅리그로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에 앞서 지난해 7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직후 대표팀 왼쪽 날개 오노 신지는 우라와에서 네덜란드 페예누어드로,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쓰는 요코하마에서 잉글랜드 포츠머스로 진출했고 조 쇼지(요코하마)와 니시자와 아키노리(세레소)는 스페인에서 뛰다 J-리그로 복귀했다. 플레이메이커 나카타 히데토시(파르마)는 일본축구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 4년전 이탈리아로 진출할 당시 헐값에 팔려나갔지만 작년 AS 로마에서 파르마로 옮길 때 그의 몸값은 세계 톱 10에 랭크됐다. 이처럼 일본선수가 유럽에서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게 된 것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클럽들간의 금전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기본기가 좋은 일본선수를 싸게 사들여 잘 키우면 팔 때 원가의 수십배 이상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인력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지만 일본으로서는 전혀 아쉬울 게 없다. 이들이 큰 무대에서 기량을 닦고 몸으로 체험한 것을 대표팀과 J-리그에 접목시키면서 전반적인 축구 인프라가 하루가 다르게 탄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