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왔다.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승리의 쾌거를 일군 태극전사들이 온 국민의 열화와 같은응원을 등에 업고 10일 오후 3시30분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복병' 미국과 물러설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경기장인 달구벌은 물론 전국을 뜨겁게 달굴 이번 대결은 양 팀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사실상 D조 예선의 결정판. 특히 미국보다 골득실에서 한골 앞선 한국으로서는 미국전이 100년의 한국축구사상 첫 16강 티켓을 손에 넣느냐, 아니면 마지막까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하는 험한 길을 가야 하느냐를 가늠하는 중대 기로다. 한국에게 월드컵 첫승의 달콤한 열매를 안긴 거스 히딩크 감독도 미국전에 부담이 큰 듯 마지막까지 선발 출전선수 명단 공개를 꺼려 사뭇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한국은 경기를 하루 앞둔 9일 오후 대구에 도착, 여장도 풀지않은채 경기장으로이동해 1시간15분동안 비공개로 마무리 전술훈련을 하며 호흡을 골랐다. 1차전에서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꺾으며 국민들의 월드컵 무관심을 열기로 뒤바꾼 미국도 대구로 이동, 경기장에서 한국전 승리의 비법을 담금질했다. 이제 남은 것은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국민염원을 마음에 담아 마지막 땀방울까지 그라운드에 쏟아붓는 일. 한국은 미국을 이길 경우 승점 6을 확보, 남은 포르투갈전을 부담없이 치를 수있는 반면 패하거나 비긴다면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까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고 미국-폴란드 경기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이 경기를 무조건 이긴다는 목표아래 백업요원까지 총동원, 스피드와 체력으로 밀어붙인다는 각오다. 특히 섭씨 30도를 웃도는 가마솥에서 펼쳐질 이날 경기는 체력과 스피드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그동안 파워프로그램으로 체력이 업그레이드된 `젊은 피'를대거 기용해 승부수를 띄운다는 작전이다. 대표팀은 다행히 지난 4일 폴란드전에서 다친 황선홍과 유상철(이상 가시와),회복훈련중인 이영표(안양)가 빠르게 정상의 컨디션을 찾으면서 가용자원을 충분히활용할 수 있어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에 앞서 "힘들지만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FIFA랭킹 40위 근처이고 미국이 20위인 점을 감안하면 부담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맏형 홍명보(포항)는 "첫 경기보다 부담이 덜하다. 미국전에 대비해 잘 준비해온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설기현(안더레흐트)은 "날씨가 더워 체력이 앞선우리가 유리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기에 이미 폴란드전에서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이며 `붉은 악마'로 한덩어리가됐던 팬들은 다시 한번 대구경기장을 붉은 물결로 장식하며 '12번째 선수'로 태극전사들을 뒤에서 지켜준다. 1956년 이후 한국과 역대전적에서 2승2무5패로 뒤지지만 지난해와 올해 대결에서 1승씩을 나눠가져 호각세를 이루고 있는 미국은 한국을 물리치고 포르투갈전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사실상 16강 진출을 결정짓겠다는 태세다.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경기전 "한국과는 몇차례 경기를 해 봐 경기스타일을 잘알고 있다. 우리는 좋은 경기를 펼칠 자신이 있다"고 큰 소리쳤다. 한편 한국과 미국과의 경기가 끝난뒤 포르투갈과 폴란드는 오후 8시30분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로 1차전 패배의 앙금을 씻기위해 맞붙는다. 한국은 미국전이 끝나면 오는 14일 오후 8시30분 포르투갈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조예선 최종전을 갖는다. (경주=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