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은 없었다.'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훌리건의 난동이 가장 우려됐던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F조 조별리그가 열린 7일 삿포로시내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승리의 기쁨을 즐기고 패배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팬들로 성황을 이뤘지만 사고는 없었다. 숙명의 대결이 펼쳐진 삿포로돔에서도 훌리건의 본고장인 잉글랜드 관중들과 아르헨티나 관중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을 뿐 걱정됐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월드컵 일본조직위원회(JAWOC)가 영국 등 유럽 국가들로부터 훌리건 명단을 넘겨 받아 훌리건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까지 입국을 차단해 우려됐던 사고를 원천 봉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축구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팬들의 성숙된 관중의식도 무사고(?)를 기록하는데 한 몫했다. 훌리건 난동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일본조직위는 이날 경기장과 주변에 경찰 7천명을 투입,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했고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관중들의 출입구를 아예 따로 만들어 양측의 사전 접촉을 차단했다. 응원석도 잉글랜드는 본부석 오른쪽 골대 뒤에, 아르헨티나는 왼쪽 골대 뒤에 배치해 경기중에도 양측이 맞부딪힐 수 없도록 했고 관중석 각 모서리 마다 높이 2.2m의 철망 울타리를 설치해 이동까지 막았다. 1만여명의 잉글랜드 관중과 2천여명의 아르헨티나 관중들은 16강 티켓 싸움을 펼치는 선수들 못지 않게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지만 자리를 이동하거나 상대를 위협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경기가 잉글랜드의 1-0 승리로 끝난 뒤 양측은 5∼10분간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설움을 푸는 마지막 응원을 하고 함께 경기장을 빠져 나갔지만 승패를 모두 잊은 듯 축하와 격려의 말을 건네며 평화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장에서 못 푼 여흥을 즐기기 위해 삿포로의 유명한 유흥가인 스즈키노로 몰려간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축구팬들도 아무런 충돌 없이 세계 축구 축제를 즐겼다. 삿포로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끝난지 1시간 30분여가 지난 자정까지 삿포로 시내에서 훌리건의 난동으로 추정되는 사고는 없었다. (삿포로=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