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 어디라도 갈 겁니다." 월드컵을 직접 보기 위해 부인과 사촌 두 명을 데리고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은 프랑스인 엘리어트 비에티씨. 그는 "축구가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비에티씨 가족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축구광이다. 부인과 사촌들은 10년 전 프랑스의 한 여성 축구팀에서 활동했던 동료 사이. 그도 한 때 아마추어 팀에서 뛰었다. 당연히 지구촌 최대의 축구쇼인 월드컵은 그들에겐 놓칠 수 없는 빅 이벤트다. 그러나 정작 지난 98년 자국인 프랑스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땐 표를 구하지 못해 TV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이번 월드컵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표도 일찌감치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고 여행 계획도 차근차근 짰답니다." 월드컵을 보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을 결심했지만 막상 네 사람 분의 입장권과 비행기표를 사고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숙식에 드는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들이 택한 숙소는 바로 한강공원에 있는 난지 캠핑장. 비에티씨는 "비좁은 텐트에 일행 네 사람이 함께 자야 하는 터라 불편하기도 하지만 멋진 경기를 볼 생각만 하면 '이 정도 불편함쯤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텐트는 프랑스 깃발과 각종 응원도구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자 이 정도면 여느 호텔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죠?" 비에티씨 부인은 자신들만의 조그만 보금자리를 자랑했다. 그런데 축구를 위해 노숙(?)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에게 걱정이 생겼다. 프랑스팀이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진데 이어 7일 우루과이 경기에서도 비겼기 때문. 물론 난생 처음 아시아에 여행온 기쁨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원정 응원'온 것이니만큼 프랑스가 좋은 경기를 펼치는게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비에티씨는 "마지막 덴마크전에는 부상당한 지단이 나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프랑스가 큰 점수차로 이겨 16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에티씨 가족은 11일 열리는 덴마크 전 경기를 보고 고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16강 이후 경기는 프랑스에서 지켜봐야 하는게 못내 아쉽다는 비에티씨 가족들. 프랑스에 돌아가서도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은 잊지 못할 거라며 이들은 짧은 인사말을 남겼다. "대한민국 짜짜작 짝짝!"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