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미국마저 제치고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겠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0일 오후 3시30분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미국과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16강행을 가늠할 일전을 펼친다. 지난 4일 본선 D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꺾고 월드컵 사상 첫 승을 올리며 16강행에 청신호를 켠 한국과 조1위가 유력시되던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3-2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한 미국이 정면 충돌하는 이날 경기는 양팀 모두 16강행 티켓을 결정짓는 중대한 길목이다. 한국은 이번 대결에서 패하거나 비긴다면 쉽게 잡을듯 했던 16강행 티켓은 안갯속으로 놓쳐버리게 된다. 한국은 비록 미국에는 졌지만 객관적으로 최상의 전력을 갖고 있는 포르투갈과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는 큰 부담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전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16강 진출 안정권인 승점 6을 확보, 승점이나 골득실 등 골치아픈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아도 된다. 5일 하루 휴식을 취하면서 폴란드전 승리의 흥분을 가라앉힌 한국 대표팀은 6일 가볍게 몸을 푼데 이어 7일에는 그동안 쌓아놓은 전력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전 필승전략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팀도 한국과의 경기에 바짝 신경을 쓰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도착 이후 이상할 정도로 느슨한 훈련을 해오던 미국은 포르투갈과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6일 별다른 휴식없이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했다. 7일에도 오전 10시부터 미사리구장에서 전술훈련을 한 미국의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국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필승의지를 북돋웠다. 이처럼 양팀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죽음의 조'라는 F조 등 다른 어떤 조에 못지않게 혼돈속에 빠진 D조의 한국-미국전에 쏟아지는 내외신 취재진의 관심도 뜨겁다. 지금까지 양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맞붙은 지난해말의 평가전과 올해초 골드컵대회에서 서로 승리와 패배를 주고 받은데다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 수비,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돌파로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너무도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에서 벌어질 조별리그중 하이라이트가 되리라는 전망. 특히 섭씨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의 무더위 속에서 미드필더들이 체력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쉴새 없이 스피드로 돌파하는 공격력을 90분 내내 지속할 수 있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월드컵 본선 이전의 대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두팀의 해외파 선수들과 부상에서 회복 중인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병술도 승리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오후 8시30분 전주에서 열리는 D조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폴란드의 경기 결과도 한국의 16강행을 좌우할 수 있어 또 다른 관심이다. (경주=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