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32차례의 평가전,그리고 월드컵 첫승.' 지난해 1월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한국축구대표팀은 모두 32차례의 A매치(대표팀간 경기)를 가졌다. 성적표는 11승11무10패. 한국 대표팀은 지난달 26일 세계 최강 프랑스와의 평가전까지 5할을 조금 넘는 승률 속에 희망과 절망 사이를 숨가쁘게 오갔다. 지난해 1월말부터 2월초까지 이어진 홍콩 칼스버그컵과 두바이컵(카이로)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파악했던 시기였다. 히딩크 감독은 이 시기에 치른 5차례 평가전에서 1승2무2패의 성적을 거둔 가운데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팀에게 연패하면서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체감했다. 포백 수비 대신 스리백으로 일시 전환했던 4월말 LG컵에서는 이란과 이집트를 연파하면서 우승,자신감을 갖고 5월말 개막한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첫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멕시코와 호주를 꺾고 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뒀지만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4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8월15일 체코전에서 또 한번 0-5의 참담한 패배를 맛봤고 9월 주전이 대거 빠진 나이지리아와의 두차례 평가전(1승1무)에서도 부진한 경기를 했지만 히딩크 감독은 자기식 축구에 맞는 재목을 추려내는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 그리고 10월 대구전지훈련에서 대표팀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는다. 약 30명선으로 추려진 대표팀은 '一'자 스리백을 확정지은 가운데 수비가 안정을 찾았고 공격 미드필드 수비간의 거리를 좁히는 '컴팩트 사커'에도 적응,11월과 12월 4차례 A매치에서 '반짝 장세'를 일궈내며 어렴풋이나마 16강을 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이 화근이었을까. 올해 1∼2월 골드컵을 포함한 미주원정에서 대표팀은 2무4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국민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겼다. 그러나 한번 바닥을 친 대표팀은 3월 유럽전지훈련에서 치른 세차례 평가전(1승2무)을 통해 홍명보(포항)라는 수비의 핵을 재활용,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극적으로 회생했다. 대표팀은 4월20일 코스타리카에 2-0 완승을 거뒀고 4월27일 중국과 득점없이 비겼다. 더욱이 지난달 16일에는 스코틀랜드를 4-1로 대파했다. 세계 최강 잉글랜드와 프랑스도 식은 땀을 흘려야했다. 한국은 지난달 21일 종가 잉글랜드에 맞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압박능력을 보이며 1-1 무승부의 개가를 올렸고 26일엔 프랑스를 맞아 2골을 뽑아냈다. 히딩크호는 이날 경기에서 날카로운 배후침투와 세트플레이로 2골을 잡아내 챔피언의 간담을 서늘케 하며 2002 월드컵에서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