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의 가족도 함께 뛰었다. 한국이 폴란드와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가진 4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100여명의 선수 및 코칭스태프 가족들이 승리의 기쁨을 현장에서 나누기 위해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가족들은 이날 대한축구협회가 정규 엔트리 23명과 한국인 코치들에게 1인당 16만5천원짜리 1등석 입장권 4장씩을 증정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와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이 상대 공격에 몰릴 때에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가슴을 졸여야 했고 상대를공략할 때에는 주위에 자리한 관중들과 한 마음으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더구나 한 피를 나눈 태극전사들이 골을 터뜨릴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감격의 눈물을 쏟았고 2-0 승리로 확정되며 기나긴 무승의 한을 푸는 순간에는 모두가 하나가 돼 얼싸안았다. 이날 공격수 설기현(안더레흐트)의 어머니 김영자(47)씨와 형수 임성순(26)씨는고향 강릉에서 비행기편으로 날아와 부산에 사는 설선수의 처가식구들과 만나 한마음으로 응원했다. 어머니 김영자씨는 "오늘 아침에 기현이와 통화했는데 컨디션이 무척 좋다고 했다"며 "혼자 잘하기 보다는 동료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좋은 결과 얻었으면 했는데 기대대로 너무도 큰 일을 해냈다"고 감격해 했다. 또 미드필더 윤정환(오사카)의 형인 정남(32)씨는 아버지 윤동훈(57)씨, 큰아버지 윤상숙(65)씨 등과 함께 멀리 광주에서 원정응원을 왔지만 아버지는 경기장 입구에서 입장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아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보지 못했다. 형 정남씨는 "이틀전 정환이와 통화를 하면서 그저 열심히 해라고만 말해줬다"며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는 알수 없지만 동생과 가까운 자리에서 승리의 감격을 누리게 돼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지성(교토)의 부모인 박성종(43)씨와 장명자(42)씨도 부산에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해 대구에서 내려 황급히 경기장에 달려오는 노고를 무릅쓰고 아들을 성원했다. 아버지 박씨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순간 녹아내리는 이 기쁨을 어떻게 말로표현하겠느냐"며 울먹였다. 박씨는 "지성이가 팀을 위해 좋은 어시스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기역할을 모두 해내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어머니 장씨는 "오늘 지성이와 통화하면서부담갖지 말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해달라고 당부했었다"면서 "내 아들이 이렇게자랑스러운 일을 했어요"라며 채 말끝을 맺지 못했다. (부산=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