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대란(大亂)'이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과 폴란드전이 열리는 부산에는 경기 전날인 3일 저녁부터 표를 사기 위해 전국에서 축구팬들이 모여들었다. 표를 판매하는 부산 사직야구장은 길고 긴 입장권 구매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영국 바이롬사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무성의가 입장권 대란을 빚어낸 것이다. 3일 저녁 무렵 부산 사직야구장앞. 바이롬사가 팔지 않은 입장권 3천장을 구하기 위해 하나둘 축구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정께에 이미 3천명이 넘는 사람이 긴 줄을 만들어냈다. 밤을 꼬박 새울 요량으로 돗자리를 들고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결전의 날인 4일 새벽녘에는 1만5천여명이 사직야구장 주변을 에워쌌다. 경찰은 질서유지를 위해 2개 중대를 긴급투입했다. 그러나 완벽한 질서를 유지하기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축구팬들은 새치기 등 일부 얌체족을 자체 단속하며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입장권 가격의 두배나 되는 웃돈을 받고 앞줄을 양보하는 '자리 장사'도 목격됐다. 북새통속에 군중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암표상도 간간이 눈에 띄었고,이들과 단속경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 티켓판매와 달리 신용카드로는 살 수가 없어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축구팬들은 새벽부터 핸드폰으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돈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축구팬 장철민씨(35)는 "표를 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어젯밤에 서둘러 내려왔는데 사람이 워낙 많이 모여 표를 살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면서 "표를 못 구하면 경기장 밖에서 대형TV를 보며 대표팀의 첫 승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산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해외입장권 판매대행사인 바이롬사는 대구에서 첫 경기가 6일날 열리는데도 아직 해외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 월드컵지원반에 따르면 대구에서 벌어질 예선 3경기와 3,4위전 등 4경기의 입장권은 모두 21만2천7백73장으로 이 가운데 86.3%인 18만3천5백72장이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남은 표에 대해 현장판매를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예약을 하지 못하고 당일날 줄을 서 표를 구해야 하는 축구팬들의 수고스러움은 덜어주지 못할 것 같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