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브라질에 1-2로 역전패했지만 선취골을 넣는 등 박빙의 경기를 펼쳐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축구 변방국가로 비켜있다가 48년만에 출전한 월드컵 본선 첫 무대를 통해 세계축구의 중심으로 합류한 것이다. 터키는 이날 전반 초반 브라질의 파상공격을 예상한듯 하칸 슈퀴르를 제외하고 대부분 센터서클 안쪽에서 수비에 치중했다가 중반부터 서서히 상대를 압박해 나갔다. 골키퍼 뤼슈틔 레치베르를 축으로 한 수비는 전반내내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정도로 탄탄했고 플레이메이커 일디라이 바슈튀르크가 주도한 공격도 순식간에 상대 수비를 허물 정도로 빨랐다. 전반 샤슈가 터뜨린 선취골은 이같은 터키축구의 힘을 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대회직전 부상으로 선발출전을 못한 오칸 부르크가 가세하고 이날 4차례나 옐로카드를 받지만 않았어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게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었다. 터키축구는 사실 이번 월드컵대회전 유럽무대에서의 활약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았고 브라질과 함께 C조에서 16강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계인들에게는 여전히 검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더욱이 월드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불참과 기권을 반복하다 54년 스위스대회에 첫 출전했으나 조별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을 7-0으로 대파하고도 서독에 2연패, 탈락했다. 이후 58년 스웨덴대회에서 기권한뒤 10차례나 예선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본선진출에 실패, 깊은 좌절감에 시달려야 했다. 터키는 90년대 들어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본선진출권을 획득하고 2000년에 벌어진 대회에서는 준준결승까지 진출한뒤 같은 해 UEFA컵 결승에서는 갈라타사라이가 영국의 강호 아스날을 꺾고 정상에 올라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울산=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