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을 위해 48년을 기다렸다" 한국축구가 패배와 실망, 승리와 환희가 뒤엉킨 축구사에 한 획을 긋기 위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4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질 2002한일월드컵축구 본선 D조리그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단 한차례도 이루지 못했던 첫 승을 위해 지금까지 쌓아왔던 실력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다. 처음 출전했던 스위스대회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했던 한국축구는 열악한 기반시설 속에서도 86년 멕시코대회이후 5차례나 빠짐없이 본선에 진출했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올려왔다. 하지만 참가에만 의의를 둘 수 없는 것이 스포츠계의 생리. 한국축구는 이제 `아시아의 맹주'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세계무대로 나아간다. 한국은 96년 일본과의 2002월드컵축구 공동개최권을 따냈고 7개의 축구전용경기장을 새로 건립하는 등 역대 개최국에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또한 경기력면에서도 2001년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거스 히딩크를 영입, 사령탑으로 내세웠고 선진 축구를 익히기 위해 유망 선수들을 해외에 보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세계 강호들과의 많은 대결을 고집한 히딩크 감독은 지난 해 프랑스와 체코에 각각 0-5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고 새 감독의 전술에 선수들이 적응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따랐다. 하지만 한국대표선수들은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체력과 전술면에서 어느 팀과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히딩크의 조련으로 후반 이후에 급격히 떨어지던 체력은 이제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왔고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는 수비는 최근 열린 평가전에서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같은 한국축구의 실력향상과 함께 한국의 월드컵 첫 승, 더 나아가 16강 진출이라는 목표에 희망을 던져주는 것은 경기가 열리는 곳이 바로 홈그라운드라는 점.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경기 결과에 환희와 실망을 거듭하면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보냈고 이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한국 경기가 열리는 곳마다 열 응원을 보낼 것이다. 이제 한국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이냐, 다시 4년 후를 기약하느냐라는 기로에서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