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에서 세네갈이 일으킨 '아프리카 돌풍'이 대륙을 건너 '아시아의 폭풍'으로 이어질 것인가.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막 5일째를 맞는 4일에는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3개 아시아 출전팀이 나란히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막바지 평가전에서 선전하며 본선 첫 승 및 16강 기대를 부풀린 한국은 동유럽 강호 폴란드와 D조의 결승토너먼트행 티켓을 따내기 위한 중요한 일전을 치른다.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을 앞세워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C조의 중국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데뷔전 승리를 다짐하고 있고 H조의 일본은 벨기에와 대결한다. ◆한국-폴란드(D조.20시30분.부산/KBS-2,MBC,SBS) 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승리와 결승토너먼트 진출 여부에 결정적인 분수령. 왼쪽 윙백 선발 출장이 유력했던 이영표가 훈련중 부상, 예기치 못한 전력 차질이 우려되지만 이을용이 그 자리를 충분히 메워주리라는 게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한국은 공격형 미드필더에 유상철, 수비형에 김남일을 배치, 중원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 설기현-황선홍-박지성 '삼각 편대'가 골을 결정짓게 된다. 프랑스와 평가전에서 발을 다쳤던 홍명보가 복귀, 중앙 수비를 맡고 김태영과 최진철이 좌우를 지키는 수비진은 경기를 더할수록 안정감을 더한다. 안정환과 윤정환은 여의치 않을 경우 '조커'로 투입되기 위해 대기한다. 이에 맞서는 폴란드의 주 득점원은 올리사데베와 주라브스키. 나이지리아 출신귀화 선수인 올리사데베는 개인기가 뛰어나 한국 수비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며 올리사데베의 투톱 파트너인 주라브스키 역시 파워를 겸비한 골잡이다. 제브와코프-바우도흐-봉크-하이토로 이어지는 포백이 한국의 발빠른 공격수와 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 관심이다. ◆중국-코스타리카(C조.15시30분.광주/KBS-1,MBC,SBS) 같은 조의 브라질, 터키에 비해 전력이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두 팀간 경기지만 서로 만만하게 여기는 상대와의 1차전을 승리, 16강행에 한 가닥 희망을 키워보자는 의지는 중국이나 코스타리카나 대단하다. 객관적 전력에서 월드컵 본선에 두번째 출전하는 코스타리카가 다소 앞서지만 중국 사령탑이 밀루티노비치라는 점이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한다. 중국으로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인 판즈이의 부상 회복여부가 변수인데 판즈이가 최근 팀의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수비진은 변함없이 든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는 코스타리카에서는 키 192㎝의 장신이면서도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하는 골잡이 파울로 완초페와 롤란도 폰세카의 활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탄탄한 조직력을 내세우는 포백 수비진은 중국의 하오하이둥과 양천에게 몰릴 패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둥근 공'이 어디에 멈출 지는 종료 휘슬이 울려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본-벨기에(H조.18시.사이타마/KBS-2,MBC,SBS) 공동개최국이면서 역시 월드컵 본선 첫 승을 노리는 같은 처지의 일본이 '붉은 악마'의 원조 벨기에와 격돌한다.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 경기는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안개조' H조의 개막전으로 최근 전력 누수의 우려를 부풀린 일본 대표팀의 실상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간판 스트라이커 다카하라가 혈전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일본은 공격 2선의 오노가 맹장염에 걸려 가뜩이나 미덥지 못한 공격력에 구멍이 뚫린 상태.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은 벨기에 음보 음펜자의 오른쪽 침투에 대비, 체력이 떨어진 왼쪽 날개 오노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활동반경이 넓은 핫토리로 하여금 음펜자를 막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상대팀 벨기에 역시 사정이 일본과 다르지 않은데 주장 빌모츠가 고질적인 왼무릎 통증으로 막판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중앙 수비수 데부크가 발목 부상으로 출전 여부를 점치기 힘든 상태다. 헤르트 베르헤옌이 오른쪽 날개를 맡거나 스트라이커로 이동, 음펜자나 빌모츠와 전방에서 호흡을 맞춰 일본 수비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