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쿠팔라르 사나 헬랴르∼(그 우승컵은 너의 몫이니…)." 2일 오후 3시,서울 방배동. 노란색 바탕에 터키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20여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목청 높여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생소한 터키어지만 한 소절 한 소절 뇌리에 또렷이 새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들은 '터키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터응모)'의 운영진과 주요 멤버들이다.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터키의 첫 경기가 코앞에 다가오자 응원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터응모'는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터키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사이버상(cafe.daum.net/turkeyworldcup)에서 결성된 모임. 이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20대 초반 대학생부터,복학생,40대 회사원까지 다양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대부분이 터키라는 나라와 별다른 연고가 없다는 것. "저는 5월 중순께 이 모임에 합류했어요.우연히 한 사이트에 올려진 터키에 관한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 바로 가입했죠,그때만해도 회원수가 4백명이었는데 지금은 벌써 4천명이 넘었어요." 아직 앳된 모습의 송문영씨(22)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학을 전공하는 학생. 그는 "터키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알고보니 한국전에 참전하는 등 큰 사랑을 베푼 고마운 나라였더라"면서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되돌려준 게 없다는 점이 미안했고,그래서 답례로 터키인들에게도 뭔가 해주고 싶었다"고 가입 동기를 밝혔다. 올 가을 군대에 갈 예정인 그는 "그 전에 가슴 뿌듯한 일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그를 매료시킨 글은 최근 국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터키라는 나라를 아십니까?'라는 중문의 편지. 이 글의 요지는 "한국전쟁 당시 자국의 이익과 전혀 관계가 없는 한국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군인을 보냈고,그들은 모두 강제 징집이 아닌 자원병이었다.이를 계기로 터키는 지금까지도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며 우리의 경제적인 발전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 많은 네티즌들은 이 글에 감명을 받은 나머지 이번 월드컵 때 터키팀을 형제처럼 환영하고 조국팀처럼 응원하자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다음 회원들을 중심으로 2백만원 가량의 성금도 거뒀다. 이들은 브라질-터키전이 열리는 3일 여의도 둔치에 모여 터키어 응원가를 힘차게 부를 예정이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