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인 클로디오레이나(29)에게 기구한 운명의 한판이 펼쳐진다. 바로 오는 5일 열리는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레이나는 어머니의 나라인 포르투갈과 맞붙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가 고향인 아버지와 포르투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이나는 어렸을 때 잠시 아르헨티나에서 살기는 했지만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은부모가 모두 미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다. 레이나에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미국이 당연히 모국이지만 서툴게나마 포르투갈어를 구사할만큼 영향을 받은 어머니의 나라를 상대로 싸워야하는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레이나는 "미국의 승리를 위해 뛸 것이며 어머니도 `아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레이나의 이같은 각오가 든든하기만 사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미국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하는 가는 레이나의 두 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붙박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크리스 아머스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어 레이나가 원래 임무인 공격 조율은 물론이고 수비까지 책임지는 `1인 2역'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르투갈전에서는 일단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보이지만 `한방'을 날릴 역습의 시작도 그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이나는 "플레이메이커와 수비형 미드필더 중 어느 포지션으로 기용될 지는 모르지만 어디에 서든 공격과 수비, 둘 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94년월드컵에서 21살의 나이로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부상으로 벤치만 지켰고 98년월드컵에서는 본선 3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면서 3패의 초라한 성적만을 안은레이나가 `어머니의 나라'를 상대로 자신의 세번째 월드컵을 어떻게 시작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