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이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아일랜드와 비겨 '검은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다. '불굴의 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카메룬 대표팀은 1일 일본 니가타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E조 첫 경기 아일랜드전에서 후반 조직력이 무너지며 동점골을 허용,1-1로 비겼다. 이로써 카메룬은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콜롬비아를 2-1로 누른 이후 본선에서 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수비의 핵으로 공수 조율을 도맡았던 로이 킨의 공백 탓인지 지역예선 때 보여준 탄탄한 수비력이 실종되며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적극적인 공세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유럽의 체면을 세웠다. 특히 후반 막판에는 체력이 떨어진 카메룬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추가골을 노렸으나 카메룬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승리의 깃발을 드는 데는 실패했다. 카메룬은 전반 39분 사뮈엘 에토오가 상대편 골라인 근처까지 치고 들어가 수비수를 제친 뒤 골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파트리크 음보마에게 패스했고 음보마는 넘어지면서 왼발로 슛,골문을 갈랐다. 카메룬이 쉽게 승리할 것 같던 그라운드의 분위기는 후반 7분 아일랜드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반전됐다. 이언 하트가 왼쪽을 돌파하다 센터링한 것을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내자 달려들던 매슈 홀런드가 오른발로 강하게 슛을 날렸고 볼은 골대 왼쪽 모서리에 꽂혔다. 아일랜드는 동점골 이후 파상적인 공격을 펼쳤으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카메룬과 아일랜드는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앞으로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적어도 1승을 챙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전통적인 강호들은 세네갈이 프랑스를 격파한 데 이어 카메룬이 비록 이기지는 못했으나 녹록지 않은 실력을 보이자 '제2의 프랑스'가 될 수도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실력이 유럽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 왔다는 게 월드컵 직전의 평가전과 개막전에서 증명됐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유력 일간지 오 글로보는 "예상 밖의 승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멕시코 방송인 텔레비사는 "이변이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브라질 영국 등은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조주현 기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