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개막으로 대부분의 업종이 특수를 기대하고 있으나 일부 업종은 월드컵때문에 되레`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천만원짜리 대형TV가 날개를 달고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탱크로봇이 군에 팔리는 등 특수를 누리는 반면 좀처럼 한눈을 팔지 않는 카지노 마니아들이 월드컵에 흔들리고 부산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던 일본 관광객들은 자기나라에서 월드컵 즐기기에 바빠 관련 업소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특수(特需) ▲대덕밸리의 월드컵 특수 대전 대덕밸리 내 벤처기업들 가운데 로봇개발 전문업체인 H사는 월드컵 기간화생방 테러대비용으로 사용될 탱크로봇 4대를 최근 군(軍)에 납품했으며, 음성인식업체인 S사는 월드컵경기장과 인천공항, 호텔 등에 자체기술로 개발한 음성안내기 50대를 공급, `월드컵 특수'를 맛보았다. 역시 대덕밸리 내 벤처기업인 C사는 미국의 한 회사에 월드컵 기상정보를 제공키로 합의했으며 D사는 대전과 인천, 울산 등 월드컵 개최 도시에 벽보를 손쉽게 제거하는 '벽보싹쓸이'를 공급하는 등 월드컵 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형 TV `불티' 월드컵 축구대회의 생생한 장면을 시청하려는 고객이 늘어난데다 특별소비세 인하 혜택까지 주어지면서 1천만원을 호가하는 PDP나 프로젝션TV 등 대형TV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의 경우 최근 1주일 사이 대당 1천만원을 호가하는 PDP가 3대나 팔렸으며 42인치 프로젝션TV도 하루 평균 1대 이상 판매돼 평소 매기의 2~3배를기록하고 있다. 또 월드컵의 생생한 화면을 담아 내려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캠코더와 DVD플레이어의 판매량도 급증, 이달 들어 이들 제품의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배 이상늘었다고 백화점측은 설명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타임월드점도 최근 '42인치 이상 대형TV 특별 초대전'을펼친 결과, 당초 목표치(7천만원)를 배 이상을 웃도는 1억5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옛 고급요정 `삼청각'도 고급요정에서 전통문화공간으로 변모한 서울 성북동 `삼청각'도 월드컵 특수를만끽하고 있다. 31일 서울프라자호텔과 삼청각에 따르면 LG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이월드컵 VIP들을 삼청각으로 대거 초대하면서 5월 전체매출이 4월에 비해 50% 가량증가했다. 지난 1970-80년대 고급요정으로 유명했던 서울시 소유의 삼청각은 작년 10월 전통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는데 총 6채의 한옥에 공연장과 전통문화체험공간,전통찻집, 전통객관(숙박시설), 한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 VIP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전통문화 체험공간. 유하정(국악과 전통춤)과 청천당(한지공예), 천추당(다례와 규방공예)에서 진행중인 전통강좌의 예약건수는 4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3-4건에 불과했으나 5월에는 30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실제 LG전자가 초청한 일본 소니사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천추당에서 다례와 규방공예강좌를 수강한 데 이어 31일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초청 후원사 CEO들이 같은 곳에서 다례와 규방공예, 국악을 배울 예정이며 가무극과 탈춤공연 등이 펼쳐지는 전통공연 관람장에도 외국 VIP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삼청각 관계자는 "월드컵 덕택에 삼청각이 개관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황(不況) ▲월드컵에 한눈 파는 카지노 마니아들 게임 외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는 카지노 마니아들도 월드컵에는 흔들리는 모양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평가전이 열린 지난 26일 일요일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객은 2천323명에 불과했다. 이는 올들어 일요일 하루 입장객으로는 가장 적은 숫자이며 특히 한국이 프랑스를 혼내주던 당일 오후 6시부터 90분간 카지노 객장은 한기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한국이 잉글랜드와 맞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지난 21일 카지노는 더욱 한산해 입장객이 2천13명으로 올들어 두번째로 적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게임 외에는 다른 일에 관심이 없는 마니아들마저 최근 한국 축구의 놀라운 선전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며 "객장 내에 대형TV를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드컵경기 없는 강원도는 `썰렁'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달아오르고 있으나 설악권은 오히려 이 기간 관광객이 줄 것이라는 전망에 씁쓸해 하고 있다. 29일 속초지역 숙박업소 등 설악권 관광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내심 기대했던 관광객들의 예약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설악권에 있는 콘도미니엄의 경우 대부분 6월 한달 예약이 주말에만 평년 수준을 유지할 뿐 주중에는 거의愎?실정이며, 숙박업소가 몰려 있는 설악동 숙박단지에도 예약이 거의 없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설악권 관광업계의 이같은 모습은 속초 인접지역에서는 경기가 개최되지 않는데다 경기 개최지로부터 거리도 멀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고 전국 각 학교에서 실시하던 수학여행도 5월말로 사실상 끝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6.13 지방선거까지 겹쳐 업계 상황을 더욱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동해안 횟집촌도 걱정이 태산인데 속초시 장사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월드컵 경기가 본격 시작되면 국민의 관심은모두가 경기장에 쏠릴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개최 기간에 손님이 줄 것이 뻔 하다"고 걱정했다. ▲부산 일본관광객은 `실종' 유통업계 등이 월드컵 관련 상품의 매출급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국제여객선과 항공기는 오히려 승객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당업계에 따르면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福岡),오사카(大阪),시모노세키(下關)등을 운항하는 여객선들의 5월 하순부터 6월말까지의 예약률은 여름철 성수기임에도불구하고 40%대에 머물고 있다. 부산~후쿠오카 노선의 쾌속선 코비호의 경우 6월중 예약률은 45%로 5월(50%)보다 더 낮고 7월(65%)과 8월(80%)에 비해서는 최고 35%포인트나 낮다. 부산~오사카 노선의 카페리여객선 팬스타드림호 역시 6월중 예약률이 44%로 7월(59%)과 8월(80%)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카페리여객선 성희호도 6월 예약률이 평소보다 7% 포인트정도 낮은 70%에 그치고 있다. 일본노선의 항공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의 오사카와 나고야발 부산행 항공기의 6월 예약률은 각각 41%와 39%로작년 동월의 탑승률 90.5%와 90.7%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후쿠오카(77%)와 나리타(61%)노선의 예약률도 90%를 넘었던 작년 같은달의 탑승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국제여객선사와 대한항공측은 예약없이 탑승하는 승객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6월승객수는 작년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현상은 월드컵 경기가 한국과 일본에서 분산개최되면서 일본인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경기관람을 위해, 또는 까다로운 입국심사와 호텔 등 숙박시설 부족을우려해 아예 여름 휴가철 한국관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진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은 전국 어느 곳보다 일본 관광객 비중이 높은 데 월드컵분산개최로 인해 특수를 누리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처지"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ryu62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