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회 챔피언이 개막전에서 고전하는 월드컵의 징크스가 12년만에 되살아났다. 지난 98년 프랑스대회에서 우승했던 프랑스는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2002한일월드컵축구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월드컵 본선 처녀출전국 세네갈에 0-1로 완패,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이로써 지난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잠잠했던 개막전 이변의 악령은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물론 `디펜딩 챔피언'의 개막전 부진 징크스는 오는 2006년부터 다소 변화를 겪을 수 있다. FIFA 규정 변경으로 다음 대회부터 우승팀의 본선 자동진출권이 사라지기 때문이지만 우승팀이 탈락할 가능성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당분간 전대회 우승팀 선수와 감독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대회 챔피언이 개막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징크스가 시작된 것은 74년 서독대회부터.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은 브라질이 70년 멕시코대회때 통산 3회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구보관하게 되자 이 대회부터 첫 경기에 개최국 대신 전 대회 우승팀을 출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부터 우승팀들의 수난은 시작됐다. 브라질은 당시 개막전에서 유고슬라비아와 득점없이 비겼고 챔피언들의 부진은 90년 이탈리아대회까지 5회 연속 계속됐다. 이 기간 전 대회 우승팀들의 개막전 전적은 3무2패. 그중 2패는 모두 아르헨티나가 당한 아픔이었다. 아르헨티나는 82년 스페인대회 개막전에서 벨기에에 0-1로 침몰한 데 이어 90년에는 카메룬 선수 2명이 퇴장하는 절대 우세속에서도 다시 0-1로 패해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케 했다. 38세 노장 로저 밀러가 이끈 카메룬은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꺾은데 이어 8강까지 진출, '검은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82년 패배로 월드컵 개막전의 무득점 징크스를 깨는데는 일조했다. 66년 잉글랜드-우루과이전 이후 78년 아르헨티나대회때까지 4회 연속으로 개막전 0-0의 무승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 대회 우승팀의 개막전 부진 징크스는 94년 미국대회에서 독일이 불가리아를 1-0으로 제압함으로써 깨졌고 98년 프랑스대회 개막전에서도 브라질이 스코틀랜드를 2-1로 제압했다. 그러나 이 두 경기에서도 독일과 브라질이 예상외로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간신히 승리를 거둬 개막전이 주는 압박감을 실감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