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 출전할 32개팀이 평가전 등 모든 공식일정을 마치고 마무리 훈련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대회 우승 후보들의 명암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가 순조로운 항해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시간이 갈수록 조직력이 강화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스트라이커인 '바티골'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골감각이 최고조에 이르러 희색이 만면이다. 지난 23일 J-리그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경기에서 바티스투타는 혼자서 무려 4골을 몰아넣는 등 '득점왕 0순위'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바티스투타와 스트라이커 경쟁을 하고 있는 에르난 크레스포의 컨디션 역시 좋아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두 선수를 '투톱'으로 기용할 지 아니면 교체해가며 쓸지 여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다. 잉글랜드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인 아리엘 오르테가가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 현재 드러난 전력만 놓고 보면 세계 최강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6일 역시 앤틀러스와 연습경기를 했던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도 아르헨티나 처럼 대승은 거두지 못했으나 프란체스코 토티-크리스티안 비에리-필리포 인차기의 '삼각 편대'의 위력을 톡톡히 과시했다. 플레이메이커 토티의 날카로운 패스와 비에리, 인차기의 동물적인 골 감각이 조화되면서 2골을 합작해 승리를 주도한 것. 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로 데 피에로와 마르코 델베키오 등 이들 못잖은 정상급 공격수들이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노릴 정도로 역대 최강의 공격 진용을 짰다는 평가여서 아르헨티나도 부러울 리 없다. 이에 반해 '세계 챔피언' 프랑스와 '명가 재건'을 노리는 잉글랜드 선수단의 표정은 울상에 가깝다. 26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고전 끝에 3-2로 겨우 승리해 체면을 구긴 프랑스는 이날 팀의 구심점인 지네딘 지단마저 왼쪽 허벅지를 다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네갈과의 개막전 출장마저 불투명해졌다. 로제 르메르 프랑스 감독은 지단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 유리 조르카에프를 대타로 내세우는 고육책을 쓸 계획이지만 전술과 정신력 등 모든 면에서 지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부상 병동' 잉글랜드는 더욱 죽을 맛이다. 스티븐 제라드와 대니 머피가 부상으로 빠져 허리가 한층 약화됐고 주장인 데이비드 베컴의 몸상태 역시 정상이 아닌데다 왼쪽 풀백 애슐리 콜과 골키퍼 데이비드시먼 마저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망가진 잉글랜드는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도 인저리타임에 동점골을 뽑아내 겨우 비기는 등 최근 6차례의 평가전에서 단 1승만을 거두는 부진 속에 조별리그를 시작하게 됐다. 한편 베컴을 뺄 수도 있다고 했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베컴의 회복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용 의사를 확고히 한 것이 그나마 '어둠 속 한 줄기 빛'같은 소식이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