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밖에 모르지만 합리적인 사람"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한국민의 염원을 가득싣고 출항하는 "한국호"의 선장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해 선수들이 내린 평가다. 2002 한.일 월드컵을 17개월 앞둔 지난해 1월 한국 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그 간 대표팀 성적에 따라 비난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아왔다. 가장 심한 질타를 받은 것은 지난 2월 골드컵 대회직후.당초 우승을 예상했지만 고전끝에 치른 3.4위전에서 마저 캐나다에게 2-1로 패하자 국내에선 히딩크식 지도 스타일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비등했었다. 그러나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우리는 발전하고 있다"며 히딩크 감독에 대한 굳건한 신뢰감을 표시,비판론을 잠재웠다. 이후 대표팀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고 최근 갖은 대표팀 평가전 8경기에서 3승4무1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자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를 업그레이드 시킨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26일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있는 한국 축구의 실력을 만방에 과시한 그의 탁월한 능력에 대해 코치진과 선수들은 예전과 다름없는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을 맞춰온 박항서 코치는 히딩크 감독을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박 코치는 "철저하게 훈련 계획과 전술에 관한 구상을 하고 참모들과의 대화도 대표팀 운영 등 축구에 관한 조언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다"라며 "팀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뛰어나지만 선수들을 억압하는 면은 전혀없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또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해 자신의 전술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는 선수들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긴다"고 언급했다.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홍명보 선수도 최근 발간한 그의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에서 "히딩크 감독은 기본적인 것을 중요시 여기는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홍 선수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이 가진 생각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스타일로 신념이 강하다"며 "한국 감독들과 달리 굉장히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좋은 점수를 매겼다. 이천수 선수도 "어떤 사람들은 축구가 가장 단순한 운동중 하나라고 말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축구 선수도 머리가 좋아야 창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다"며 "그의 요구는 신선하고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히딩크 감독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히딩크 감독에 의해 주전 수비수로 발탁된 김남일 선수는 "히딩크 감독이 개방적이지만 가끔 자기 주장을 지나치게 펼 때가 있다"며 "선수들 생각이 옳을 때도 있는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따르라고 할때는 이해가 안간다"고 신소리를 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