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에서의 여유로운 휴가(?)'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막이 일주일도 안남았지만 한국과 한조에 속한 미국대표팀의 훈련 모습에서는 본선을 앞둔 긴장감을 거의 읽을 수 없다. 미국팀은 26일 미사리축구장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간 간단히 몸을 푼 뒤미니 게임을 하는 것으로 입국 3일째 훈련을 마쳤다. 30여분간 공개된 이날 훈련에서 미국팀은 조깅할 때 동료들과 잡담을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도 없이 뛰었고 미니 게임에 앞서 코치가 지시를 내릴 때에도 일부 선수들은 딴전을 피우기 일쑤였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후 훈련은 없고 선수들에게는 자유 시간이 주어져 입국한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훈련 시간을 모두 합해봐야 3시간 정도다. 미국팀 언론 담당관인 마이클 캐머맨씨는 "현지 적응을 위해 앞으로도 며칠간은 오전에 간단한 훈련만 있고 오후 시간은 자유 시간으로 줄 것"이라며 "다소 느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미국팀의 훈련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전날 입국한 프랑스팀이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훈련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팀들이 오전과 오후 훈련을 꼬박 꼬박 챙기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미 입국한 폴란드와 스페인, 세네갈 등이 부지런히 한국 프로팀들과 연습 경기를 갖고 있지만 미국팀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더욱이 자유 시간인 오후에는 쇼핑을 하거나 술을 마시러 외출하는 선수들도 있을 만큼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출국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가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한국 기자들의 눈에는 휴가처럼 한가한 일정이다. 미국팀이 이처럼 여유롭게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유스러운 미국의 국민성이 기본적인 이유겠지만, 미국인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떨어져 상대적으로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캐머맨씨는 그러나 "다른 나라보다 덜한건 사실이지만 국민의 기대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축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자 하는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고 밝혔다. 16강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안고 뛰어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는 한국과 국민의 관심 밖에서 부담없이 월드컵을 맞는 미국팀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서울=연합뉴스)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