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캡틴' 홍명보(33.포항)의 진가는 역시 큰 경기에서 증명됐다. 통산 4번째 월드컵 출전을 앞둔 홍명보는 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최강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전.후반 90분간 원숙한 노련미로 수비진을 이끌며 팀의 1-1 선전을 견인해 역시 팀의 `중심'임을 확인시킨 것. 무엇보다 홍명보는 중앙에서 수비진을 이끌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시도한 수비진의 전술변화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홍명보는 기본 스리백을 바탕으로 전반 왼쪽 윙백 이영표(안양)가 가세할때 4명,후반 유상철(가시와)까지 내려 왔을때 5명까지 신축적으로 수를 변화시킨 수비진을완벽하게 리드했다. 이와 함께 홍명보는 상대 공격의 맥을 읽는 넓은 시야로 수비위치를 선정, 수차례 위험한 상황에서 볼을 안전하게 처리해냈고 적절한 시점에 과감히 공격에 가담해공격진까지 정확히 연결되는 패스로 마무리하는 등 `역시 홍명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또한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네트를 흔들지는 못했지만 전반 37분에 날린 강력한 중거리슛은 지난 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 넣은 대포알 슛을 연상케 하는이날 활약의 `백미'였다. 히딩크 감독은 매번 인터뷰때 홍명보를 재발탁한 이유를 질문받으면 이날 경기까지 A매치 126경기에 출장했고 월드컵에 세차례나 나섰던 그의 경력때문이 아님을강조해왔다. 히딩크 감독은 긴 공백과 부상을 극복한 그의 정신력, 훈련때면 후배들을 앞장서 이끄는 성실함,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고집하는 대신 감독의 전술적 요구에 충실히 적응하는 태도를 확인했기에 유상철과 송종국 카드를 버리고 그를 택했던 것. 그가 있어 `중심'을 찾은 대표팀은 오랫동안 지적받았던 수비구멍을 든든히 메운 가운데 남은 10여일 동안 뒤돌아 보지 않고 적과 맞설 `예봉'을 다듬을 수 있게됐다. (서귀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