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패스가 실종된 공격과 2선에서 빠른 스피드로 침투하는 선수를 막지 못한 수비라인의 철저한 대인마크 부재. 이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세계 정상급의 플레이와 맞섰을 때 보여준 대표적인 문제점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투지 넘친 미드필더의 활약과 세트플레이를 이용한 득점에 성공,1-1로 비김으로써 `자신감'이라는 값진 수확을 거뒀다. ▲공격= 한국은 이날 설기현을 중앙포워드, 왼쪽날개에 이천수, 오른쪽 날개에최태욱을 선발 출전시켰다. 이천수와 최태욱의 스피드를 이용하기 위해 세명의 공격수들은 간격을 벌렸지만미드필드부터 압박해 들어가며 세밀한 패스로 최전방에 연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못했다. 상대의 강력한 압박 때문에 공격의 시발점은 훨씬 뒤로 밀려나 주로 수비라인의홍명보, 송종국이었다. 이들의 패스 지향점은 설기현. 하지만 잉글랜드의 중앙수비수 리오 퍼디낸드와솔 캠블에 철저히 봉쇄당한 설기현은 볼을 잡을 기회를 상실한채 좌, 우측으로 공격루트를 뚫어주지 못했다. 이천수는 최태욱과 위치를 바꾸며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력을 간간이 보여줬지만측면에서 중앙으로 올리는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져 잉글랜드를 위협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25분 마이클 오언의 선취골로 수세에 몰리자 최태욱은 공격보다 한국진영깊숙이 내려와 수비하기에 바빴다. 후반의 공격라인은 안정환이 축이었다. 후반 교체투입된 안정환은 상대에 기죽지 않고 자신있는 개인기를 펼쳐 보였지만 역시 공격수 혼자 잉글랜드의 포백라인을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드필더= 한국 미드필더진의 압박은 후반들어 잉글랜드와의 싸움에서 크게밀리지 않고 선전했다. 유상철을 전진시키고 좌우에 이영표, 박지성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남일을 포진시켜 다이아몬드형을 구성한 한국은 일단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했다. 상대가 밀고 올라올 때는 양쪽 윙백이 재빨리 수비에 가담, 5명의 수비라인을만들었고 개인기가 뛰어난 상대 선수에 체력과 투지로 맞섰다. 잉글랜드는 오언이 후반 교체아웃되면서 공격라인의 스피드가 무뎌지는 듯 했고반대로 한국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체력 저하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강력하게 밀어붙여 무승부의 원동력이 됐다. 이영표가 상대 왼쪽 사이드어태커 바셀을, 송종국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드는 에밀 헤스키를 집중 마크하며 전반 초반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수비망을 구축, 잉글랜드의 날카로운 공격을 잘 막아냈다. 하지만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데 급급하다보니 최전방 공격수에게 이어지는 날카로운 패싱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상대의 볼을 빼앗은 뒤 약속된 플레이로 빠르게역습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수비= 최진철-홍명보-송종국(왼쪽부터)으로 이어지는 한국수비는 수세때 이영표와 김남일(또는 유상철)이 수비라인에 합류해 공세때는 3명, 수세때는 4명 또는 5명으로 늘어나는 `고무줄 수비' 형태로 운영됐다. 그러나 수비와 골키퍼 사이에 정확히 떨어뜨리는 상대 미드필더들의 절묘한 패스와 오언의 빠른 발을 이용한 공간침투를 예측하지 못해 여러차례 실점위기를 내주기도 했다. 또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전반 수비불안 요인으로 나타났다. 수시로자리를 바꿔가며 한국의 측면을 파고드는 마이클 오언과 에밀 헤스키의 공격을 송종국 혼자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 실점위기를 제공한 원인이 된 것. 결국 전반 13분 수비라인 뒤까지 이어진 패스를 엄청난 스피드로 잡아낸 오언의패스가 골문앞에서 쇄도하던 바셀의 슛으로 이어지면서 실점위기를 맞았고 25분 송종국이 헤스키에 집중하는 사이, 한 번 넘어졌다 다시 일어선 오언의 쇄도를 막지못해 첫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잉글랜드가 선발진을 대거 교체한 뒤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함에 따라 다소 여유가 생긴 한국수비는 에밀 헤스키 등 신장이 큰 상대 공격수들에게 연결되는공간패스를 한 걸음 앞서 헤딩 차단하는 등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또 김남일, 이영표, 박지성 등 미드필더들이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서 미드필더와 수비라인간의 공조도 살아났다. ▲세트플레이= 한국은 후반 3분 세트플레이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골을 뽑아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천수가 프리킥과 코너킥 전담키커로 나섰다. 이천수는 7개의코너킥을 찼는데 6번째의 킥이 동점골로 연결됐다. 이천수는 포스트 가까이에 포진해 있던 장신 수비수 최진철의 머리에 정확히 볼을 공급했고 최진철은 헤딩으로 골지역 왼쪽에 있던 박지성에게 연결, 동점골을 도왔다. 하지만 이천수의 코너킥과 프리킥은 그리 위협적이지 못해 보다 정교한 패싱력을 가다듬어야 하는 숙제를 여전히 남겼다. 또한 한국은 전반 31분과 45분 아크지た【?좋은 프리킥 찬스를 잡았지만 이천수의 직접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 보다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개발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서귀포=연합뉴스) 특별취재단=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