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행운이나 유상철로서는 불행' 한국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유상철은 히딩크호 출범 이후 각광받고 있는 송종국, 이영표 등 신진세력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수비형과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수에 이르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른바 '원조 멀티플레이어'였다. 소속팀인 일본프로축구 가시와 레이솔에서는 황선홍과 함께 투톱 스트라이커로서 자리를 잡고 있고 대표팀에서는 주로 수비형이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활약하고 있다. 히딩크가 주문하고 있는 다양한 포지션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고 강력한 중거리슛 능력과 184㎝의 큰 키에서 내뿜는 헤딩슛으로 경기 흐름을 일순간에 바꿔 놓는다. 하지만 유상철은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미드필더 자리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송종국과 이영표에게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6일 부산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유상철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으나 이영표의 활발한 움직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밖에 없었다. 또한 후반 중앙 수비수 홍명보가 교체돼 나가자 이번에는 이 자리를 메웠다. 감독인 히딩크로서는 이처럼 다양한 포지션을 대과없이 수행해 주는 유상철이 고마울 따름이겠지만 "결국 개인의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유상철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았던 역대 대표팀에서 여러 포지션을 맡다보니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으로서는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해결책은 유상철이 투지와 체력이 넘치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보다 정교한 플레이를 연마해 대표팀의 고참으로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하는 길 밖에 없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