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이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월드컵 참가국들은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팀 전력이 향상되고 팀웍이 다져지는게 보통이지만 일본은 최근 잇단 졸전속에 선수들의 부상, 감독과 언론의 불화 등으로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 평가전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수비가 무너진데다 공격마저 신통치 않아 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공.수 구멍..16강 전선 암운 올들어 유럽전지훈련전까지만 해도 무패를 자랑하던 일본 월드컵대표팀은 최근 유럽 전지훈련으로 치러진 노르웨이, 레알 마드리드와의 평가전에서 전력을 다하고도 패해 세계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17일 본선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15일 오슬로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일본은 경기종료 13분을 남겨놓고 연속 3골을 허용, 0-3으로 완패했다. 일본의 간판인 나카타(파르마), 오노 신지(페예노르트) 등 유럽파까지 끌어들여 사실상의 베스트멤버로 나선 일본은 노르웨이의 공간을 이용한 힘의 축구에 속수무책이었다. 공격진은 노르웨이 수비진의 힘과 높이에 밀려 날카로운 맛을 보여주지 못했고 스리백 수비는 갈피를 못잡고 허둥지둥하다 골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후반 막판에 소나기골을 내준 것은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선수들의 체력관리나 컨디션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은 지난 8일 벌어진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의 평가전에서도 0-1로 패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당시 지넨딘 지단, 라울 곤살레스 등 주전을 뺀 2진급 선수들이었다. 올 들어 3승 2무 무패를 달리던 일본으로서는 충격이었다. 그러나 일본팀의 '이상징후'는 이미 지난 2일 기린컵에서 온두라스와 3-3으로 비기면서 예고됐다. 일본 수비가 3골을 허용한 것은 지난해 3월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0-5로 대패한 '생드니의 비극'이후 처음이었다. ◇선수 부상, 트루시에 독선도 문제 올 들어 심각한 골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대표팀 주축 공격수의 부상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격의 핵으로 트루시에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다카하라 나오히로(주빌로 이와타)는 지난 3월 폴란드 원정이후 폐동맥혈전증으로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고 니시자와 아키노리(세레소 오사카)는 유럽전지훈련중 맹장염 수술을 받았다. 올해 일본 대표팀의 A매치에서 득점한 선수가 다카하라와 니시자와 두 명밖에 없다는 점에서 트루시에의 고민은 크다. 공격수 야나기사와 아쓰이(가시마)가 지난달 슬로바키아와의 평가전에서 심한 왼손 부상으로 몸움직임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부담이다. 이처럼 뭐하나 제대로 풀리는게 없는 상황에서 평소 언론에 불만이 많은 트루시에 감독이 최근 17일로 예정된 월드컵 엔트리 발표장에 참석치 않겠다고 선언, 파문이 일고 있다. 트루시에는 본선 조별리그 첫 상대인 벨기에와 프랑스의 평가전을 참관하기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언론은 선수선발의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 감독이 빠진 상태에서 엔트리 명단만 배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선수 선발의 문제점을 자인하는게 아니냐" "최근의 졸전에 대해 언론의 추궁을 받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냐", "월드컵 주최국 감독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게 아니냐" 는 등 갖은 억측과 힐난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마저 엔트리 포함 여부를 놓고 감독의 눈치를 봐야하는데다 지나친 경쟁심과 탈락에 대한 공포감으로 컨디션이 엉망이어서 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