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주는 계속된다.' 한국이 2일 열린 제7기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2회전(16강전)에서 무려 7명의 기사를 8강에 진출시키며 세계무대 천하무적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한국팀에 첫 승전보를 전한 기사는 지난 대회 우승자인 유창혁 9단. 유 9단은 중국의 위빈 9단을 맞아 화끈한 대사석작전을 선보이며 단 1백5수만에 항서를 받아냈다(흑불계승). 유 9단으로서는 지난 4기 대회 결승에서 위빈 9단에게 당한 패배(1승3패)도 함께 설욕한 셈. 이날 2회전은 한국신예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현재 천원전 타이틀 보유자이기도 한 '어린왕자' 박영훈 3단은 중국의 거함 마샤오춘 9단을 맞아 시종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마 9단을 밀어붙이며 2백33수만에 흑4집반승을 이끌어 냈다. 박 3단과 동갑내기(85년 소띠)로 '송아지 3총사'의 일원인 원성진 4단도 중국의 1인자 창하오 9단을 상대로 1백51수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지난해 다승왕인 조한승 5단은 일본의 일인자 왕리청 9단을 2백78수만에 백3집반승으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LG배만 되면 맞붙어 바둑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조훈현 9단과 조치훈 9단과의 대결은 이번에도 조훈현 9단의 승리로 끝났다. 이 대회에서만 조훈현 9단에게 4전 전패를 당했던 조치훈 9단은 와신상담,필승의 바둑을 이끌었지만 조훈현 9단의 막판 흔들기를 버티지 못하고 2백46수만에 돌을 거두고 말았다. 조훈현 9단은 이날 승리로 LG배에서만 조치훈9단에 내리 5연승을 거두며 종합전적도 8승2패로 벌려놓았다. '이창호 킬러'로 이름높은 중국의 저우허양 9단은 한국의 윤준상 초단을 물리치고 8강의 나머지 한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2명의 기사가 나섰던 일본은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바둑계 인사는 그러나 "한국이 국제기전에서 계속 호성적을 내는 것이 반갑긴 하지만 이것이 상대적으로 중국과 일본 바둑계의 침체로 이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며 "중국과 일본 바둑계가 좀 더 분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열리는 8강전은 이창호 9단-유창혁 9단,조훈현 9단-조한승 5단,이세돌 3단-박영훈 3단,원성진 4단-저우허양 9단간의 대결로 펼쳐진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