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회에 불명예도 회복하고 주전을 꿰찬다' 2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 친선경기를 갖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기퍼 김병지(포항)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출격 명령이 떨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운재(상무)와 불꽃튀는 골기퍼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병지는 코스타리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골문을 굳게 지키며 지금까지 A매치 57회 출장의 화려한 경력을 쌓은 출발점이 바로 코스타리카전이었던 것. '꽁지머리'로 유명세를 탄 95년 6월 제1회 코리아컵국제축구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혔던 김병지는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거미손 수비로 한국의 1-0 승리에 일조했다. 김병지에게는 이 경기가 그 동안 탄탄대로를 걸었던 단초가 됐던 셈이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1월 말 열린 북중미골드컵에서 골키퍼 주전자리 확보를 위해 갈길이 바빴던 김병지를 유린했다. 지난해 초 홍콩칼스버그컵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페널티지역을 벗어나 볼을 드리블하다 빼앗기는 돌출행동으로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나 1년여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김병지로서는 당시 뭔가를 보여줘야했던 절박한 상황이었다. 골드컵 직전 미국과의 평가전을 통해 대표팀에 복귀했던 김병지는 코스타리카전에 출장했으나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는 볼을 골로 허용하는 등 실망스런 플레이로팀의 1-3 패배를 불러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인상을 심었다. 이후 스페인전지훈련 기간 열린 터키전 등에서 순발력 등 '끼'를 발산하며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얻긴 했으나 코스타리카전의 아픈 기억은 잊혀지지 않은 상태. 그 어느때 보다 독한 마음을 먹고 대구훈련에 임하고 있는 김병지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코스타리카전에 출장, 3개월 전의 패배도 설욕하고 주전 경쟁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굳히겠다며 벼르고 있다. 김병지는 "코스타리카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많은 팀"이라며 "경기에 나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