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렵게,더 길게,더 묘미있게" "자연과 한층 가깝게" 요즘 건설되는 신설골프장들의 특징이다. 국내 골프장들은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천편일률적 코스로 설계됐다. 그린은 두 개에 그 언듈레이션은 적어 평평하다시피 했다. 그린에 볼을 올리기만 하면 웬만한 것은 투퍼팅으로 막을수 있었던 것. 페어웨이도 마찬가지다. 벙커는 그저 구색용으로 코스 양옆에 적당히 설치해두었다. 벙커턱도 낮아 볼이 벙커에 들어가도 하등의 두려움같은 것을 느낄수 없었다. 워터해저드도 "전략적 개념"에 의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가뭄을 대비해 물을 가두어두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하긴 그때만 해도 외국의 유명인에게 거금을 주고 설계를 부탁하는 것이 생소한 시절이었다.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고,코스가 대부분 산악지대에 위치해있는 관계로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물론 주어진 땅에 "대충대충" 코스를 건설하는 곳도 없진 않다. 그렇지만 이른바 "차별화를 통한 명문코스"를 꿈꾸는 골프장들은 하나같이 전략적 설계를 한다. 어떤 골프장들은 아예 처음에 건설할 때부터 "세계 1백대코스"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핀크스 나인브릿지 레이크힐스 화산 파인크리크 마이다스밸리 안양베네스트 우정힐스 일동레이크 지산 가평베네스트CC등이 그런 곳들이다. 이 골프장들은 설계부터가 기존 국내골프장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우선 그린이 하나이면서 대형이다. 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올렸다고 해서 파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볼을 깃대가 꽂힌 "컵존"에 정확히 떨어뜨려야 파 또는 버디를 노릴수 있는 것이다. 그린은 대형이면서도 언듈레이션이 심하다. 2단 3단그린이 있는가하면 브레이크가 아주 심한 곳도 많다. 벙커도 스코틀랜드풍의 "항아리 벙커"가 등장하기도 했다. 볼이 벙커에 빠지면 "1타 탈출"이 보장되지 않는 것. 은화삼CC 16번홀(파4)이 대표적이다. 이 홀에서 볼이 왼쪽그린앞 벙커에 빠지면 뒤로 후퇴하는 샷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모래의 질도 골프장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밀가루처럼 부드러운가 하면,어떤 곳은 입자가 굵다. 골퍼들은 모래의 성질을 잘 파악해 벙커샷을 해야 한다. 워터해저드도 예전엔 페어웨이 옆으로 조성했지만 요즘엔 그린 바로 앞이나 옆으로 바짝 붙여 만든다. 어프로치샷이 조금만 빗나가도 곧바로 그 리스크를 감수하게 한 것. 이같은 전략적 코스설계는 "자연 중시"개념에서 연유한다. 많은 코스설계가들이 골프장 조성전의 자연상태와 가장 가까운 형태의 코스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계곡과 연못을 가능하면 원래 상태대로 두고,계곡(개울)도 원래대로 졸졸 흐르게 만든다. 자연히 계곡을 넘겨야 하는 샷을 해야 하고,코스 곳곳에 개울과 워터해저드가 버티고 있어 골퍼들을 겁나게 하는 것이다. 파인크리크CC가 그 대표적인 곳이다. 골퍼들에게 도전의욕을 심어주면서도 자연과 친화적인 코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코스가 있다면 그 곳은 현대적 시각에서 가장 이상적인 코스라고 할수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