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과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동안 골프장에서는 누가 대표인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골프장마다 소유자가 가까운 사람이나 친인척을 대상으로 "낙하산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손님들이 오면 그들과 골프나 즐기면서 머무르는 자리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골프장 경영이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보지 않는다. 아니 어떤 회사의 최고경영자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자리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골프장 사장은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하고 직원들을 다룰 줄 알아야 하며 다양한 손님들을 상대해야 한다. 최근들어 골프장 사장으로 누가 앉았느냐에 따라 회원권 시세가 달라지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소위 "CEO 시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국내 골프장 현실에서 손꼽히는 "골프장 경영의 지휘자"를 소개한다. 제일CC 신용상 사장=신 사장은 제일CC의 운영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예약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인터넷과 ARS전화를 병행해 예약을 받도록 바꿨다. 또 라운드 지체를 막기 위해 국내 최초로 카트에 라운드 종료 예상시간을 표기해 손님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골프의 원칙에 충실하고자 스코어카드에 스코어 기록을 손님들이 직접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신 사장은 특히 국내에 골프 대중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지난해 6월 기존 수영장 등을 폐쇄하고 파3홀짜리 간이코스 9홀을 증설하기도 했다. 제일CC는 6천여만원에 머무르던 회원권 값이 최근 2배로 뛰어 1억2천3백여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스트밸리GC 조한창 사장(54)=조 사장은 지난 81년부터 5년간 신라호텔에서 근무한 뒤 86년 안양CC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부지배인으로 몸을 담았다. 골프장 근무자는 반드시 코스관리를 알아야 한다며 그는 약 10개월동안 결재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에 파묻혀 지냈다. 91년 남부CC의 상무로 영입된 뒤 이곳을 명문으로 끌어올렸고 지난해에는 이스트밸리CC 사장을 맡아 국내 최고의 골프장 입지를 구축시키며 골프장업계에서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조 사장은 최고의 골프장을 만드는 비결로 "난 외부고객에 앞서 내부고객,즉 종업원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스트밸리는 지난해 가을 창립회원을 4억5천만원에 모집했으며 이달말 국내 최고가인 5억5천만원에 추가 회원을 모집한다. 뉴스프링빌CC 박용민 사장(66)=박 사장은 골프장 회원권 시장에서 "CEO 시세"를 만들어 낸 장본인다. 박 사장이 오기전 뉴스프링빌(옛 동진CC)은 회원권 시세가 6천만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박 사장으로 교체된 지 두 달만에 1억원으로 치솟았다. 박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골프장 이름을 바꾸고 그늘집 화장실과 코스내 계단을 개조하고 캐디복장을 교체 하는 등 골프장 이미지 개선작업부터 했다. 클럽하우스도 새로 짓기 위해 공사중이다. 박 사장은 언론인 출신(합동통신)으로 프로야구단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사장을 거쳐 1991년부터 98년까지 춘천CC사장으로 재직했다. 성실함과 폭넓은 대인관계,독특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춘천CC를 명문골프장으로 발돋움시켰다. 박 사장은 "인근의 부지 20만평을 매입,9홀을 증설해 전체 코스규모를 45홀로 늘리고 콘도미니엄 방갈로 승마장 등을 함께 지어 종합리조트타운으로 대변신을 시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신원CC 이동주 사장=신원CC는 국내 골프장중 유일하게 회원이 주인이다. 모그룹이었던 신원그룹의 부도로 지난 99년11월 신원CC 회원들이 경매를 통해 인수했다. 이사장은 지난해 영업이익을 내 국내골프장 사상 최초로 회원들에게 배당을 실시했으며 올해도 흑자가 나 회원권 4계좌를 13억원에 사들여 자체소각하기도 했다. 올해는 이익금을 시설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낡은 시설을 개조하고 연못을 늘리는 등 코스를 새롭게 조성중이다. 부채를 없앴고 매일매일의 영업상황을 바로 다음날 공개하는 투명경영으로 신원은 다른 골프장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신원의 회원권 가격은 부도가 나 회원들이 경매에 참여할 당시 8천만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3억3천만원으로 뛰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