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골프장 설계에서도 이 말은 적절하게 어울릴 듯하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므로 평지에서 설계하는데 익숙한 외국의 유명 설계가들로선 그들의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할수 없을 것이다. 실제 그동안 외국의 유명설계가들이 만든 골프장중 일부는 홀과 홀 사이의 이동거리가 길거나 그 반대로 홀과 홀이 너무 인접해 있어 사고위험이 있거나, 코스에 급경사가 많은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 골프장은 우리나라 설계가한테 맡긴다는 생각은 막대한 외화유출을 막을 뿐 아니라 무조건 외제가 좋다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막을수 있다. 현재 골프장설계를 활발히 하고 있는 국내 설계가는 세 사람이다. 임상하 장정원 김명길씨가 그들이다. 임상하씨 (72.임골프디자인 대표)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임씨는 원래 국토개발이 전공이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늦게 코스설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뛰어난 지형해석능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명성을 쌓아갔다. 첫 작품인 뉴서울CC 북코스를 비롯 최근의 파인크리크CC까지 국내외 70여개의 골프장을 설계했다. 임씨는 코스설계에서 무엇보다 '자연'을 강조한다. 자연과 골프, 자연과 골퍼의 공존을 주장하는 것.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기 앞서 지형파악을 올바르게 하면 공사비를 줄이고 자연훼손도 최소화할수 있다. 특히 우리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곳에서는 이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씨의 설계지론이다. 임씨가 자연을 살려 설계한 곳중 대표적인 홀이 뉴서울CC 북코스 18번홀(파4.챔피언티 3백90m). 내리막에 약간 오른쪽으로 굽어진 이 홀은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가 계곡으로 구분돼 있어 위협적이다. 왼쪽은 산이고, 오른쪽은 10번홀이 인접해 있다. 원래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골프의 묘미도 느낄수 있게 한 것이다. 장정원씨 (61.장골프장연구소 소장) 지난 63년 육군사관학교, 67년 서울대 토목과를 졸업했다. 그는 68년 육군대위시절 18홀규모의 육사골프장을 설계한 것을 필두로 지금까지 30여년간 골프장 설계에 한 우물을 판 설계가. 경주조선 오라 중문 신원 뉴서울(남코스) 등 국내외 30여개 골프장을 설계했다. 장씨 역시 코스설계시 중점을 두는 것은 '자연에 순응'이다. 장씨는 "사람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어진 자연부지를 능가하기 어렵다. 그 지형의 특징을 십분 캐내서 코스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설계가의 임무다"고 말한다. 그는 또 가능한 공사비를 최소화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싼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수 있도록 하는데 설계의 중점을 둔다고 덧붙인다. 92년 문을 연 남부CC는 그가 설계한 곳중 가장 자연친화적인 골프장이다. 독특한 클럽하우스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아웃.인코스가 자연스럽다. 특히 18번홀(파4)은 오른쪽에 길이 1백20m의 긴 연못이 있어 페어웨이를 좁아보이게 하며 왼쪽은 OB로 정확한 티샷이 요구된다. 김명길씨 (64.필드컨설턴트기술사무소 회장) 공군사관학교와 서울대 토목과 졸업. 춘천 태영 마우나오션 부산아시아드 남촌 비전힐스CC 등 국내외 66개 코스를 설계했다. 또 '골프장 설계안내' '골프코스 디자인 실무' '한국의 골프장 계획이론과 실무' '골프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 관련 저서도 많이 냈다. 김씨가 설계시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은 '자연친화' '의뢰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다. 코스의 미학성, 저렴한 관리비, 라운드시 즐거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설계한다. 김씨는 외국인 설계가들이 한국골프장 설계사에 끼친 좋은 영향도 있지만 현지 사정을 무시한 설계 때문에 부작용도 많았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골프장업계가 발전하려면 무조건 외국 것이라고 배척만 할게 아니라 좋은 것은 겸허히 받아들여 이것을 다시 우리 것으로 승화시킬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우나오션 14번홀(파4)은 그의 진면목을 볼수 있는 곳. 내리막으로 오른쪽에 대형 연못이 있다. 연못을 넘기려면 장타력이 필요하고 왼쪽으로 우회하려다 보면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