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6년부터 88년까지 제16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박성상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지원단 회장은 국내에서 몇 안되는 '에이지 슈팅'(골퍼가 자신의 나이 이하 스코어로 한 라운드를 마치는 것) 기록 보유자다. 에이지 슈팅은 건강과 기량을 모두 갖추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골프에서는 최고의 진기록으로 여겨진다. 박 회장은 그동안 두 차례 에이지 슈팅을 기록했다. 희수(喜壽·77세)를 맞은 2000년 9월 송추CC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보기 7개,더블보기 1개로 77타를 치며 첫 에이지 슈팅을 했다. 두 번째는 지난해 9월 서서울CC에서 기록(77타)했다. 그날 마지막 홀에서 파를 잡으면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인 75타를 칠 수 있었는데 세컨드샷이 그만 벙커에 빠진 뒤 연이어 벙커 탈출에 실패해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올해 79세인 박 회장의 핸디캡은 8.필드에 나가면 거의 79∼82타를 벗어나지 않는다. 볼이 퍼터길이 이내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결코 'OK'(기브)를 받지 않는다. 또 멀리건을 받거나 '첫 홀은 무조건 보기' 식으로 스코어를 부풀리지도 않는다. 골프구력 30년인 그는 아직도 드라이버샷 거리가 평균 2백30야드에 달한다. 잘 맞으면 2백50야드도 나간다. 박 회장은 그러나 홀인원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홀옆 5㎝ 정도에 붙이거나 깃대를 맞고 지나간 적은 있지만 홀인원의 행운은 없었다. 골프스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다운스윙 때 왼쪽 다리를 고정시키라"고 강조한다. 이를 기둥으로 해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체중이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볼도 정확하게 날아간다는 것. 나이를 의심케 할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했다. 박 회장은 "골프가 건강 유지에 일등 공신이다.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은 골프 말고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에게는 여러 사람들과 골프를 즐기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골프 모임은 7∼8개 정도로 요즘도 1주일에 두 번 필드에 나간다. 박 회장은 "지인들과 라운드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며 "건강해지고 싶으면 골프를 하라"고 권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