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상박' 제6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맞붙은 '바둑황제'조훈현 9단과 '세계 최고의 공격수'유창혁 9단이 화끈한 싸움바둑의 진수를 보여주며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먼저 포인트를 올린 쪽은 유 9단. 지난달 2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막된 결승 5번기 제1국에서 유 9단은 치열한 난타전 끝에 2백68수 만에 조 9단에 백 1집반승을 거뒀다. 이날 대국에서 양 대국자는 포석도 생략한 채 초반부터 종반까지 오로지 전투로 일관,관전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중반 이후 조 9단의 완력에 밀려 백을 든 유 9단이 불리하다는 견해가 검토실에 돌고 있을 무렵 유 9단은 중앙 백대마의 사활을 방치한 채 과감하게 하변에 침투,승부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국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조 9단의 반격이 날아들었다. 조 9단은 지난달 28일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 결승 2국에서 첫 판을 역전패한 데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유 9단의 중앙대마를 포획하며 1백58수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2국 역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두 기사의 의지를 반영한 듯 난타전의 연속이었다. 팽팽하던 바둑의 균형은 중반 무렵 유 9단으로부터 완착이 나오면서 무너졌다. 실낱같은 상대의 허점을 발견한 조 9단은 '화염방사기'라는 별칭 그대로 공격의 일인자라는 유 9단의 대마에 무차별적인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결국 거대한 흑대마를 함몰시키고 말았다. LG배를 제외하곤 현존하는 모든 세계대회를 한 번 이상씩 제패한 두 기사는 이번 대회만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유 9단은 이 대회에서만 3번(1,2,4회)이나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친 한을 갖고 있다. LG배만 나오면 유독 힘을 쓰지 못했던 조 9단은 4회 때 4강에 진출했던 것이 최고 성적이다. 양대국자는 보통 봉수 후 점심식사를 함께 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식사를 각자의 방에서 따로 하며 첫 정상 등극에 대한 집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대국자의 상대 전적에서는 이번 결승 2국까지 포함해 조 9단이 60승47패1무로 한발 앞서 있다. 우승상금 2억5천만원이 걸린 결승 3,4,5국은 오는 27일부터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속개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