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여 안녕!' 설원와 빙판을 누벼온 스타들이 세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번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 작별을 고했다. 슬로프에서는 90년대 남녀 알파인스키를 대표했던 슈테판 에버하르터(오스트리아)와 피카보 스트리트(미국)가 올림픽 무대 뒤켠으로 사라졌다. 에버하르터는 '92알베르빌과 '94릴레함메르대회에서 잇따라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98나가노대회에선 팀 동료 헤르만 마이어의 금빛 질주에 가려 2인자 신세에 머무는 등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던 풍운아. 이번 대회에서도 은, 동메달에 그쳐 다시 불운에 우는 듯 했으나 22일(한국시간)대회전에서 금메달의 갈증을 씻고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반면 무릎 부상을 딛고 어렵게 국내 선발전을 통과한 `스키 여제' 스트리트는활강 16위에 그쳐 세월의 무게를 곱씹어야했다. 특히 나가노대회 슈퍼대회전 우승 후 당한 사고로 몇년간을 재활훈련과 싸우면서 고향에서 3연속 올림픽 메달을 노렸던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노르딕의 `철녀' 라리사 라주티나(러시아)는 러시아군 장교의 명예에 오점을 남기고 은퇴하게 됐다. 이번 대회 은메달 2개를 포함, 올림픽에서 통산 9개의 메달을 딴 라주티나는 약물검사 부적격 판정으로 22일 크로스컨트리 20㎞계주에 출전하지 못해 이 종목 4연패와 함께 여자 올림픽 최다메달 보유자로 기록될 영광을 눈앞에서 날렸다. 13번이나 무릎 수술을 받은 `부상투혼'의 대명사 페르닐라 비베리(여.스웨덴)도마지막이 쓸쓸했다. 활강 14위, 슈퍼대회전 12위로 부진, 4차례 올림픽에 나서 금메달 2개를 따낸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무리한 출전의 후유증으로 또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8년 임기의 IOC 선수위원에 선출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의 르 메이 돈(캐나다)은 육상 100m 격인여자 500m에서 2연패를 이뤄 축하박수 속에 은퇴했다. 4년 뒤 토리노대회에 나가 시각장애자 보니 블레어(미국)의 3연패 기록에 도전해보라는 주위의 바람도 많았지만 "미련이 생길 때가 떠날 순간"이라는 말을 남기고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솔트레이크시티 AP=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