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17일(이하 한국시간) 아이스센터에서는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누가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들이 잇따랐고 그 희생양은 한국 선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편파 판정의 최대 피해자는 남자 1000m에 출전한 한국의 에이스 김동성(고려대)이었다. 나가노올림픽 이 종목 우승자 김동성은 준결승에서 매튜 투르코(캐나다)와 리쟈준(중국)에 이어 3위를 달리다 반바퀴를 남겨놓고 리쟈준을 안쪽에서 완전히 제쳤다. 이 순간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거머쥐려는 리쟈준은 앞서가려는 김동성의 오른 무릎을 잡아 넘어뜨렸다. 그러나 3명의 심판(호주.노르웨이.미국)은 김동성이 자신의 실수로 넘어진 것으로 판단했고 리쟈준은 결승에 진출한 반면 김동성은 억울하게 6∼8위 결정전으로 넘어가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심판들이 판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동안에도 경기장 안의 대형 스크린에는 리쟈준의 반칙 장면이 연달아 리플레이됐지만 심판들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리쟈준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 관중들의 야유가 잇따르고 전명규 감독도 곧바로 거세게 항의했지만 "리쟈준의반칙을 보지 못했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리쟈준은 결승에서 안현수(신목고)의 앞길도 막았다. 마지막 코너를 돌 때 선두를 다투던 리쟈준과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는 치열한몸싸움을 벌였고 이 틈을 노려 3위로 달리던 안현수는 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리쟈준은 오노와 부딪히며 넘어졌고 이 때문에 균형을 잃은 오노는 안쪽으로 치고 나가는 안현수의 발목을 잡아 넘어뜨렸다. 분명 오노의 플레이는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리쟈준의 반칙이 없었다면 안현수는 최소한 은메달은 차지할 수 있었던 것. 안현수가 넘어지면서 오노와 투르코도 함께 뒹굴어 결국 이 종목 우승은 마지막까지 꼴찌였던 스티븐 브래드버리(호주)에게 돌아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한국의 불운은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에는 남자 5000m계주에서 민룡(계명대)이 러스티 스미스(미국)가 미는 바람에 넘어졌지만 심판진은 민룡이 안으로 무리하게 파고들었다고 판정해 한국은 금메달이 가장 확실하던 종목에서 어이없이 실격했다. 전명규 감독은 "이것이 쇼트트랙이다"라고 자위했지만 한국에 피해를 준 당사자들이 주최국 미국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중국이라는데에서 뒷맛이 개운치않았다.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