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풍성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도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키에 도전한 흑인 선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흑인들을 찾아볼 수 없었던 설원에 '국가대표'로 나선 흑인은 크로스컨트리 남자 10㎞에 나란히 출전한 필립 보이트(케냐)와 이삭 메뇰리(카메룬) 등 2명. 보이트는 지난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동계올림픽 사상 첫 흑인 스키선수로 출전한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미국 위스콘신주에 살고 있는 메뇰리는 카메룬 정부에 수없이 팩시밀리와 e-메일 공세를 퍼붓은 끝에 '대표선수' 자격을 얻어낸 의지의 사나이다. 이들은 입상보다는 '검은 아프리카인도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83명의 선수가 출전한 경기에서 80위를 차지한 보이트는 경기 직후 "나가노대회에서는 꼴찌로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탈꼴찌'에 성공해 경기 결과에 상당히 만족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9㎞ 지점에서 넘어져 잠시 한쪽 스키를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이 '사소한 일'로 그가 자부심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보이트는 "관중들이 내가 스키를 타는 모습을 보고 '케냐인도 스키를 타는데 나라고 못할쏘냐'라며 자신감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아들 이름까지 노르웨이 스키 스타 뵤른 다에리에의 이름을 따 다에리에라고 지은 보이트는 "어떤 스포츠도 한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열심히훈련을 계속해서 언젠가 꼭 세계 25위 안에 들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오늘의 선수'에 뽑힌 메뇰리는 비록 최하위로 경기를 마치기는 했지만 "나가노올림픽 때 보이트가 경기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나도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메뇰리도 "나는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내 조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특사의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며 "유방암과 에이즈 등 카메룬에 만연된 많은 문제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솔저 할로우 AFP=연합뉴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