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목에 건 고기현(16.목일중)은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짊어질 샛별. 쇼트트랙 뿐만 아니라 한국 선수단 전체에서도 막내인 고기현은 5살 때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 놀러갔다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은 지 10년만인 지난해 4월 정식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고 곧바로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급성장했다. 첫 국제 대회 출전인 지난해 1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박' 가능성을 보인 고기현의 진가는 올시즌 월드컵에서 확실하게 확인됐다. 월드컵 1, 2차대회에서 고기현은 처음으로 세계 정상인 양양A(중국) 및 예브게니아 라다노바(불가리아) 등과 겨뤘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고 줄곧 레이스를 독주한 끝에 연속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한국 여자 대표팀중 가장 큰 체격(168㎝/58㎏)에서 뿜어나오는 탁월한 파워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초반부터 치고 나가 독주하는 스타일이다. 3차 대회에서는 경기 운영에 약간의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양양A와 라다노바에 이어 종합 3위를 지켜낸데 이어 올림픽 예선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국이 출전권을 모두 확보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금메달을 향해 순항하던 고기현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던 지난해 11월말 고기현은 연습 도중 동료와 엉켜 넘어지며 팔꿈치 뼛조각이 떨어지는 부상을 했고 한달 이상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팔꿈치의 통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연습할 때는 아픈 줄도 모른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메달을 향한 굳은 각오가 오늘의 결실을 맺었다. 회사원인 아버지 고정식(42)씨와 어머니 김미수(43)씨의 1남1녀중 막내.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