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승리의 주인공''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가 호주오픈테니스대회(총상금 1천650만달러) 2연패를 달성했다. 톱시드 캐프리아티는 26일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계속된 대회여자단식 결승에서 3번시드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에 2-1(4-6 7-6 6-2)로 역전승했다. 또 한번의 극적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캐프리아티는 라켓을 집어던지고 아버지 스테파노에게 달려가 키스를 퍼부은 뒤 이내 코트로 돌아오며 믿을 수 없다는 듯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지난해 이 대회 패권을 차지하며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캐프리아티는 이로써 2년 연속 힝기스를 결승에서 꺾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지난해 프랑스오픈까지 합하면 메이저대회 통산 3번째 우승. 우승 상금 52만달러를 손에 쥔 캐프리아티는 "오늘 어떻게 이겼는지 나도 모르겠다"면서 "매치포인트 위기를 맞을 때마다 계속 싸워 이겨냈지만 왜 미리부터 그렇게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97-99년에 대회 3연패를 이뤘던 힝기스는 이번까지 6년 연속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3번의 매치포인트 기회를 모두 허공으로 날리며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무는 불운에 눈물을 삼켰다. 지난해 결승에서는 캐프리아티가 힝기스를 2-0(6-4 6-3)으로 쉽게 꺾었지만 이날 결승 재대결은 섭씨 35도까지 치솟는 남반구의 더운 여름 날씨 속에 2시간 10분의 치열한 접전으로 펼쳐졌다. 캐프리아티는 경기 도중 선수들이 입장하는 통로에서 폭염을 피하기도 했고 힝기스 역시 2세트 타이브레이크 게임에서 얼음팩을 목에 얹는 등 두 선수 모두 ''무더위''라는 ''제2의 적''과 싸워야 했다. 경기 초반은 부상을 딛고 예전 기량을 회복한 힝기스의 강세가 이어졌다. 힝기스는 1세트를 게임스코어 5-1까지 리드하다 5-4까지 쫓겼지만 결국 6-4로 따내 기선을 제압한 뒤 2세트에서도 4-0까지 달아나 3년만의 정상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가 했다. 그러나 온갖 역경을 이겨낸 캐프리아티의 뚝심은 끈질기다 못해 상대를 질리게할 정도였다. 심기일전한 캐프리아티는 순식간에 3게임을 따냈고 이후 1게임을 내준 3-5 상황에서 매치포인트에 몰렸지만 힝기스의 더블폴트와 스트로크 범실 등에 편승해 위기를 벗어난 뒤 다음 게임마저 가져와 5-5 동점을 만들었다. 5-6으로 뒤진 12번째 게임에서 또 한번 매치포인트의 위기를 맞은 캐프리아티는그러나 힝기스의 포어핸드스트로크가 다시 엔드라인을 벗어나면서 천신만고 끝에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캐프리아티는 6-7의 매치포인트를 허용했지만 힝기스가 시도한 회심의 백핸드 발리가 빗나가는 행운을 잡았고 이후 2점을 내리 얻어 1시간 6분이나 걸린 2세트를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캐프리아티는 힝기스의 서비스로 시작된 3세트에서 각각 서비스게임을 지킨 3번째 게임까지 1-2로 뒤졌으나 이후 무서운 기세로 남은 5게임을 내리 따내며 멋지게역전극을 마무리했다. (멜버른 AP.AFP=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