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어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꿈인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로즈볼구장에서 열린 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 한국과 쿠바의 경기는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이 그동안 추구해온 `멀티 플레이어''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 졸전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이천수(고려대)를 이날 그의 주 포지션이라 할 왼쪽 날개로 투입했고 박지성(교토)을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는 실험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천수는 이날 특유의 측면 돌파 능력을 살리지 못하는 한편 여러차례 패스미스를 범했다. 박지성도 중앙에서 찬스를 만들어야 할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적응하지 못한 듯 오히려 미드필드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며 볼을 잡을 기회조차 잡지 못함으로써 날카로운 패스는 아예 기대하기 힘들었다. 측면과 중앙에서 대표팀의 공격루트를 만들어야 할 이천수와 박지성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한국의 미드필드와 공격라인은 전체적으로 짜임새를 잃은 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이번 미국전지훈련에서 이천수는 자기의 본 포지션인 왼쪽 날개공격수 대신 플레이메이커 자리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박지성은 `본업''인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 지난 미국전에서 오른쪽 날개를 맡은데 이어 이날은 플레이메이커로 나서는 실험을 했다. 결국 이천수가 미국전에서 플레이메이커 자리에서 적응하지 못한채 헤매더니 정작 이날 자신의 본 위치로 돌아오자 오히려 어색한 플레이를 보이면서 후반 24분만에 이을용과 교체됐고 박지성 역시 똑같은 모습을 되풀이했다. 이제껏 히딩크 감독은 주전의 부상과 같은 돌발변수와 포메이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될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해왔고 이는 한국선수들의 전술 이해도 향상과 더불어 상당한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월드컵을 120여일 앞둔 상황에서 더 이상 포지션의 변화를 테스트하기보다는 그간 실시한 실험의 성과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최우선 포지션을 확정하고 그 자리에서 각자 가장 완벽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조련하는 것이 더효과적이지 않은가하는 물음을 던졌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