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9회말 투아웃 이후에 승부가 자주 바뀌듯 골프도 장갑을 벗을 때까지는 승부를 알 수 없는 법.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6·미국)가 '드라마틱한 골프승부'를 보여주었다. 우즈는 최종일 전반까지도 선두에 4타 뒤졌으나 후반 대추격을 벌인 끝에 3타 차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우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CC(파72)에서 열린 윌리엄스월드챌린지(총상금 4백10만달러) 최종일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인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백73타로 전날 4타 차로 앞서 있던 비제이 싱(피지)을 3타 차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라섰다. 64타는 대회 3라운드에서 토마스 비욘(덴마크)이 세운 코스레코드와 같은 기록이다. '타이거 우즈 자선재단' 기금 모금을 위해 마련된 이 대회에 호스트 자격으로 출전한 우즈는 상금 1백만달러(약 12억8천만원)를 재단출연금으로 내놓았다. 싱이 우즈에게 역전의 계기를 허용한 곳은 묘하게도 우즈가 최악의 샷을 보인 9번홀(파4).그때까지 싱은 여전히 4타 앞서있었다. 우즈는 3번아이언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을 벗어나 덤불속에 빠졌다. 언플레이어블 선언으로 1벌타를 먹은 우즈는 설상가상으로 홀에서 13.5m 거리의 보기퍼트를 남겼다. 싱은 1.5m 파퍼트를 남겨놓아 우즈와 싱의 타수 차는 적어도 2타 더 벌어질 위기를 맞은 셈. 그러나 우즈의 보기퍼트는 홀로 빨려 들어간 반면 싱의 파퍼트는 홀 왼쪽으로 흘러버리고 말았다. 스코어는 두 선수 모두 보기였으나 승부의 명암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기세가 오른 우즈는 10∼14번홀에서 5연속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싱은 파5홀에서도 보기를 범하는 등 난조를 보인 끝에 1언더파 71타에 그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우즈는 이날 9개홀 연속 1퍼트로 홀아웃하는가 하면 8∼18번홀까지 11개홀에서 단 12개의 퍼트만 기록하는 등 신들린 듯한 퍼트를 보여주었다. 총 퍼트수는 23개. 전날 퍼트수(36개)와 비교하면 우즈의 퍼트가 얼마나 잘 됐는지 짐작할 만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