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김병지에게 박혔던 미운 털이 이제야 뽑히려나. 9일 미국축구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서귀포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은 8일 "전반이든 후반이든 최소한 45분을 뛰게 하겠다"며 김병지를 기용할 뜻을 비췄다. 히딩크 감독의 사실상 첫 공식대회였던 지난 1월 홍콩칼스버그컵대회 파라과이전에서 김병지는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돌출행동으로 히딩크의 노여움을 샀고 이 대회 이후 9개월 동안 대표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최고의 골키퍼라는 자존심이 구겨진 김병지는 올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소속팀 포항 스틸러스의 승리를 지켜내며 지난 10월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실시된 훈련 도중 김병지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훈련에 불참했고 히딩크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당시 히딩크는 "큰 부상이 아닌데도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김병지는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이후에도 대표팀에 재발탁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천신만고 끝에 서귀포 훈련에 합류하게 된 김병지는 미국과의 친선경기에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축구팬들은 이번 경기에서 김병지가 비호같은 몸놀림으로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 내년 5월 개막하는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대표팀의 든든한 수문장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