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본선에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진출하면서 통산 6번째, 5회 연속 본선진출을 기록하게 된 한국의 월드컵 역사는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한국은 54년 스위스대회때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이후 지난 프랑스대회까지 5개 대회에서 14차례 경기했지만 단 1승도 건지지 못한채 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만 받아놓고 있는 상태다.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12월 1일 실시할 조추첨 결과를 토대로 상대 팀 분석에 착수하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한 모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음은 한국의 월드컵 본선진출 약사이다. ▲54년 스위스대회 한국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았던 54년은 한국에 있어서 월드컵 본선무대를 처음 밟으며 축구역사의 새 장을 연 해로 기록되고 있으나 그만큼 부끄러운 기록도 많았다. 우선 한국은 중국이 기권한 가운데 벌어진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일제치하 36년의 치욕을 앙갚음이라도 하듯 일본을 1승1무로 제치고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개막일을 이틀 넘긴 경기 당일 새벽에야 스위스에 가까스로 도착한 한국대표팀은 최악의 컨디션 상태에서 미처 정신차릴 틈도 없이 수모를 당했다. 1차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한 골도 뽑지 못하고 전.후반 무려 9점을 내줘 그때까지 본선무대에서 최다 점수차 기록을 갈아엎으며 대패한 뒤 이어 벌어진 터키와의 2차전에서 전열을 재정비했으나 0-7로 다시 완패했다. 서독과의 경기가 남아있었으나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기는 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한국으로 무거운 발길을 옮겨야 했다. ▲86년 멕시코대회 스위스대회 이후 32년만에 다시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일궈냈던 한국에는 당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하던 차범근이 대표팀에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본선 1차전부터 축구 천재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강호 아르헨티나를 만나면서 '본선 1승'의 꿈은 다시 커다란 난관에 막혔다.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맞아 후반 초반까지 3골을 내주는 등 경기 내내 고전하다가 후반 27분 박창선이 25m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월드컵 본선 첫 골을 올린 것에만족해야 했다. 이어 첫 승의 상대로 노린 불가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1-1로 비겨 사상 첫 승점 1을 챙긴 것에 자족해야 했고 전 대회 우승국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는 2-3으로 패배, 1무2패로 예선탈락하며 아쉬움을 접어야 했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아시아 최초로 2연속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은 지역예선에서 8승2무, 30득점에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16강을 넘어 8강도 노려볼 만하다는 강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3전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표 뿐이었다. 첫 상대 벨기에에 맞서 이렇다할 공격찬스 하나 만들지 못하고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줘 0-2로 패한 한국은 다음 상대 스페인과의 일전을 앞두고 목표를 16강으로 하향조정했으나 미첼에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3으로 무너져 이마저 불가능하게 됐다. 이날 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황보관이 날린 30m 중거리슛이 시속 114㎞로 날아가다가 상대편 골문에 그대로 꽂혀 '멋있는 슛 베스트 5'에 뽑힌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3골차 이상으로 이기게 되면 조3위로 16강 티켓을 따내 여전히 희망은 살아있었지만 후반 25분 경기지연을 이유로 윤덕여가 옐로카드를 받고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한데 이어 45분 오프사이드 지점에서 넣은 폰세카의 헤딩골이 득점으로 인정되는 등 아쉬운 심판판정속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94년 미국대회 미국대회 본선을 향한 여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일본에 패해 중간순위 3위로 밀려난 한국은 본선진출이 사실상 물건너 간 듯 했으나 남북대결에서 한국이 3-0으로 이기고 일본이 이라크에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한 골을 내주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본선 입성에 성공했다. 본선에서는 비록 다시 16강 진출꿈이 좌절됐지만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16강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상대인 스페인을 맞아 후반 초반에 2골을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으나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속골로 2골을 만회,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열린 독일전에서는 전반에 3골을 먼저 내주며 야유를 받았으나 1차전 후반 투혼을 재가동시켜 2-3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고 16강 희망을 살려나갔으나 첫 승리의 제물로 삼았던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기는 바람에 2무1패의 호성적속에 다시 16강문턱에서 미끄러졌다. ▲98년 프랑스대회 지역 예선에서 9승2무1패의 성적으로 4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다시 16강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당시 사령탑을 맡아 대표팀에 신인 10명을 전격발탁하며 승부수를 띄운 차범근 감독에게 국내 축구팬들은 최상의 기대치로 1승2무를 주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어느 때보다도 참담했다. 첫 경기에서 하석주가 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곧바로 퇴장당하면서 상승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어 멕시코에 1-3으로 패하더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하고 말았다.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띄운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했음에도 1-1 무승부를 기록하고 여지 없이 예선 탈락했다. ◇한국 월드컵 본선 성적 및 득점자 ───────────────────────────────── 대 회 일 시 상대팀 결 과 한국 득점자 ───────────────────────────────── '54년 스위스 '54년 6월 헝가리 0-9 패 " 터키 0-7 패 ───────────────────────────────── '86년 멕시코 '86년 6월 아르헨티나 1-3 패 박창선(후 27') " 불가리아 1-1 무 김종부(후 24') " 이탈리아 2-3 패 최순호(후 17') 허정무(후 43') ───────────────────────────────── '90년 이탈리아 '90년 6월 벨기에 0-2 패 " 스페인 1-3 패 황보관(전 43') " 우루과이 0-1 패 ───────────────────────────────── '94년 미국 '94년 6월 스페인 2-2 무 홍명보(후 40') 서정원(후 44') " 볼리비아 0-0 무 " 독일 2-3 패 황선홍(후 7') 홍명보(후 18') ───────────────────────────────── '98 프랑스 '98년 6월 멕시코 1-3 패 하석주(전 27') " 네덜란드 0-5 패 " 벨기에 1-1 무 유상철(후 26') ───────────────────────────────── (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anfour@yna.co.kr